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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놓고 본다면 이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많이 출간되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책 소개를 보면 독자를 유혹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미국 문단이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극찬했다거나 한인 1.5세대라고 한 부분이나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들춰내었다거나 세대 간 문화 충돌을 다루었다는 평은 쉽게 눈길을 떼기 힘들다. 이 많은 평들을 뒤로 하고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되는 곳과 만나게 된다.
재미 한인 1.5세대는 참 묘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이들의 삶을 가끔 TV에서 보면 과도기에 놓인 사람들처럼 보인다. 어색한 한국어와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교육의 언저리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인 케이시나 엘라나 리아 모두 마찬가지다. 이 세 사람 중 가장 보수적인 사람은 역시 케이시의 어머니인 리아다. 40대 중반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남편과 살고 있다. 사랑이란 감정보다 그냥 이제까지 받은 교육에 의해 자신을 죽이면서 살아간다. 교회 성가대로 봉사하며 얻는 기쁨이 그녀를 지탱하는 큰 힘이다. 이민 1세대인 그녀는 순종적이고 가슴속에 자신을 묻어놓고 살아가는 우리 어머니 세대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장 개방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케이시는 많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녀의 삶은 이민 1세대가 보기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 속에서 만나면 현재 우리보다 더 보수적인 그들을 보게 된다. 아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좁기 때문에 더욱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이다. 이 케이시의 행동과 사고를 통해 뉴욕 상층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읽다 보면 불편한 곳도 자주 만난다. 대표적인 것이 대부분 한인들이 성공한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것과 너무나도 교회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교회는 해외에 나간 친구나 지인들을 통해 들으면 만남의 장소이자 향수를 달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해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정말 예전 영미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의 행동과 삶이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또 엄청나게 부유하거나 아이비리그 출신들로 가득한 모습은 삶의 이면을 살펴보기보다 화려함을 뒤쫓는 사람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케이시 가족이나 한인들을 다루는 곳이 아니면 미국 상류층을 다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엘라는 소위 말하는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하지만 너무 참하고 착하기에 성공만을 위해 살아가는 남편이 견디기엔 쉽지 않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그녀는 결혼을 한다. 결혼을 일찍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좀더 살펴보지 않은 점이 문제다. 보수적인 그녀가 자신에게 헤르페스가 생긴 것을 알고 남편을 탓하는 장면은 리아가 반강제로 섹스를 하고 자신을 탓하고 자책하는 대목과 대조를 이룬다. 이 세대들이 가진 차이 때문인지 자신들 속에 내재한 성격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1000쪽이 넘는다.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장면과 생각들은 낯익음과 낯선 모습을 동시에 준다. 학벌이나 재산만 놓고 본다면 엄청난 성공을 한 한인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지만 그 삶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지는 못한다. 문장은 부드럽고 이미지로 가득한 장면은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케이시가 보여주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풍경이나 삶과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는 재미 한인 1.5세대가 가진 삶의 모순을 잘 드러내준다. 세대 간 문화 충돌이란 평에 딱 맞다. 좁은 사회 속에서 다른 한인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그들과 개인주의로 가득한 삶을 사는 미국인들은 그 경계를 살아가는 1.5세대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또 미국 주류사회로 편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은연중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은 그들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과 지극히 소비적인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이해하기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