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살의를 다룬 이 단편집이 나의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어두운 그림자를 조금 들추었다는 점은 놀랍고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살인을 다룬 수많은 책이나 영상물을 보다보면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순간적 충동이 제어되지 않거나 그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무서운 감정을 다룬 이 소설이 결코 편하게 읽히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첫 편을 보고 역시 믿을만한 작가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 읽다보면 끝으로 가면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며칠을 두고 천천히 읽는다면 약간 덜할지 모르지만 단숨에 읽기에는 개인적으로 약간은 힘겨운 소설집이다.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경우를 예로 들면서 보여주는 그들의 감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느끼지만 또한 쉽게 잊어버리는 감정들이다. 순간에 타올랐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감정들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는다면 아마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행이 여기까지 작가는 나아가지 않는다. 분노와 증오와 살의가 자신을 밀어붙이지만 실행으로 옮겨가기엔 그들은 너무 평범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힌 여선생에게, 험담과 악의와 비방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전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기대에 부흥하지 않고 살찐 딸에게, 결혼을 약속하고 아이를 임신하였지만 아이를 지우고 다른 남자에게 간 이전의 여자친구에게 품고 있는 그 감정은 결코 지속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히고 자신들의 삶마저 많은 부분 파괴한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집착과 혐오 등으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인생 베스트 텐’에서 느낀 감정이 이 소설엔 많이 없지만 그녀의 수상 내역이나 세심한 관찰을 보다보면 앞으로 계속 관심을 두고 읽어야 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집에 묻혀있는 그녀의 책 몇 권을 다시 관심을 두고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지금 나는 누굴 가장 죽이고 싶을까? 음!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하지만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