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정치와 스릴러가 만나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정치와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음모가 긴장감 넘치는 살인사건과 결합하여 순식간에 빨아 당긴다. 덕분에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읽었다.

 

추악한 정치인. 정치인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더럽고 추악하다고 하면서 불신감을 드러낼 것이다. 그 혐오와 불신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로 분명히 나타났다. 이런 통계수치를 멀리하고 개개인에게 말을 옮겨도 대부분 정치인들은 일반 대중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소설 속에서처럼 선거철에만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약을 남발하고 한 표를 구걸한다.

 

가끔 인터넷 만화에서 국회의사당과 관련된 파괴를 다루면 달리는 댓글이 상당히 재미있다. 그만큼 불신과 혐오가 강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3명의 국회의원을 죽인다. 이유는 그들이 부패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서 주인공 마이클 오루크의 입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단순하게 보면 테러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유의 투사라고. 이 살인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하지만 정치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분명히 위협에 굴복하는 정치인은 인기가 없다. 현재 정치에서 여론으로 통하는 통계수치는 행정부 최고 수반이나 재선을 노리는 사람이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자신의 생명이 위협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이에 FBI와 CIA등 최고 수사인력을 동원해 범인을 찾고자 한다. 당연하다. 정치인들은 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찾기 위해 야합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이용해 새로운 세력이 살인행위에 끼워든다. 수사도 혼선이 일어나고,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살인집단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650쪽이 넘는 두툼한 책 속에 이런 정치와 스럴러를 잘 녹여내었다.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나라면 과연 이 살인 행위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본다. 아마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언론에서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야지 이 같은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통쾌하고 시원함을 느끼면서 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는 이런 상황과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소설의 재미난 대목 중 하나다.

 

역사를 읽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목적과 수단에 대한 해석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인식은 테러를 자유나 민중을 위한 투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만약 이 소설 속 상황과도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만약 그들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아마 또 다른 세력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살인을 벌일 것이다. 소설은 여기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다만 뒤로 가면서 속도감과 재미로 사람을 끌어당기면서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덕분에 쉴 새 없이 책 속에 몰입하였지만 한 번은 집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와 스릴러, 권력집단들의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음모와 살인자를 밝혀내기보다 자신들 조직의 비밀을 숨기는데 더 집중하는 그들을 보면서 진실이나 사실은 남의 집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모두 읽고 난 후 이전의 스릴러 거장들의 향기가 진하게 남는다. 러들럼, 크랜시, 포사이드 등등. 두툼한 분량에 놀라고, 생각보다 빠르게 읽히는 재미에 놀라고, 새로운(?) 작가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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