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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의 긴 시간 속에서 우린 가끔 시간이 쌓여 만들어놓은 업적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주변에서 늘 보던 것이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수많은 당연한 일 중 하나가 지폐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나 경제학사에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제체제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굴곡과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번 바뀐 화폐제도에 대해서도 알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사회에 도입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기존 시스템에 너무 적응하였거나 이 때문에 얻는 이익이 많은 사람들의 저항 때문에 더욱 힘들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존 로도 자신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시스템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을 들였는지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존 로라는 도박사이자 금융가의 일대기를 재구성하였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의 금융 스캔들이란 부제처럼 존 로의 이론은 현실에서 힘겹게 탄생하여 화려하게 꽃을 피운 뒤 불행하게 몰락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보여주는데 화려한 시기를 길게 묘사하기보다 그가 어떻게 이론을 세우고, 성장하고, 이론을 적용하게 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긴 과정을 통해 18세기 유럽의 정치와 경제를 묘사하고, 시대를 뛰어넘은 개혁가로써의 존 로를 그려내고 있다.
한 인간을 평가할 때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은 바뀔 수밖에 없다. 작가는 존 로에 대해 따뜻하고 동정적이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대를 뛰어넘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졌지만 그를 질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 덕분에 그 위대하고 거대한 도박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존 로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당혹스럽다.
경제학을 배우다보면 사용가치니 교환가치니 효용가치니 하는 용어들을 배운다. 여기서 지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은 교환가치다. 실제 상거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환가치가 있으면서 안정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동전이나 주화였다. 하지만 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적은 돈 거래에서는 무리가 없지만 큰 규모의 거래를 생각하면 금궤나 보석들이 엄청나게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항이니 투자나 상거래가 확장되는데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꾀 뚫어 본 사람이 있으니 18세기 존 로다.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면 현재 지폐조차 교환되지 않고 숫자만 움직이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온 주인공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볼 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도입하고자 한 시스템이 대단히 선구적이라는 것과 소설 속에 그려진 사회와 사람들의 삶이 굉장히 사실적이란 것이다. 또 존 로에게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려는 열정이다. 엄청난 부를 이루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 옮기려는 그의 노력과 열정은 그 시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