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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건사고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글로 나타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너무 단순하거나 담백하면 재미가 없고,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내면 작위적인 느낌이 난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은 늘 이어지지만 그것을 형상화하는 일이 어렵다. 그런 어려운 작업 중에 가끔 성공한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이 소설이 그런 축에 해당한다. 여섯 명의 남녀가 부딪히는 하루 동안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뒤섞어 놓았다. 현재의 시간 속에 몇 시간 전의 시간으로 돌려놓고, 다시 현재 시간으로 진행한다. 현재의 시간 속에선 불과 몇 시간 전 술자리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사고들을 되돌아보는 일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반면에 과거의 술자리는 새로운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술자리 풍경을 담고 있다. 그 평범한 속에 감정과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상적인 술자리에서 늘 있는 모습이라 색다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분 좋은 순간들이 이어지고, 감정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나의 술자리 풍경을 잠시 생각하게 만들고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이 소설에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어떤 사고가 생기고, 충돌이 일어나고 등의 이야기는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긴 삶의 흐름 속에 한 장면을 포착하여 작가가 그려내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잊자는 말은 아니다. 비록 짧은 순간을 다루고 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많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 더욱 즐겁게 읽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핏 보면 너무 평범한 느낌이 있어 그 재미를 누리지 못하는 순간도 많다.
단순한 술자리 모임과 헤어진 후 돌아오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과거의 추억을 이용하여 작가는 그 넓이를 확장하고 있다. 그 속에 꿈이라는 소재는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게 되고, 꽃 미남 가와치의 동물원 에피소드는 한 연인의 사랑스러운 다툼과 한 남자의 소심한 성격을 잘 드러낸 이야기로 재미를 준다. 운전 때문인지 아니면 전혀 술을 못하는 인물인지 모르는 나카자와는 툭 튀는 인물은 아니지만 은근히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영화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나카자와 역할을 했다니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오늘의 사건사고라는 제목에서 뭔가 큰 사건이나 사고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이벤트 성격의 사건사고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 소설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사건사고가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 평범한 듯한 일상에, 그 담담함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예상 밖의 재미를 누릴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 중간에 놓여있다. 약간 밋밋한 재미라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몇몇 장면에서 감탄하고 풋! 하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