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
마이크 멀레인 지음, 김은영 옮김 / 풀빛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처럼 어린 시절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SF영화나 소설 등은 이런 꿈을 더욱 부풀게 만들었다. 저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만나게 될 외계인과 우주선과 모험은 가슴을 뛰게 만들고, 언제쯤 나도 우주에 나갈 수 있을까 상상하곤 했다. 예전에 전 세계에 방송된 우주왕복선 발사 장면은 곧 우주 시대가 시작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가끔 언론에서 우주에 대한 글들이 올라와 이제 금방이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직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잠시 잊고 있던 그 당시의 꿈을 되살려본다.

 

저자는 우주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대단하다. 부럽다. SF영화나 소설에선 그냥 마구 이륙해서 우주로 나가지만 현재 과학기술에선 그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로 나가는 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 사람 선발이나 교육에서 몇 가지 드러나듯이 엄청나게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엄청 발전하여 영화처럼 나가게 되면 아마 그 비용이 얼마가 되던 나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것이다. 저자의 글에 나온 몇 장면은 그런 환상과 기대에 불을 붓곤 한다.

 

골드핀을 향한 도전이란 제목을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왜 골드핀이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모든 우주비행사 후보들이나 이륙하여 80.45킬로미터까지 올라가지 못한 비행사는 우주비행사로 나사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곤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핀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후보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핀이 공짜가 아님에도 그들이 얼마나 가지고 싶어 하고 열망하는지는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마이크는 9살부터 그 핀만을 위해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신체는 조종사로 적합하지 않다. 비행기 조종사도 되지 못했다. 시력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우주비행사 후보 모집에 참가하면서 보여주는 몇 가지 행동은 그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한다. 관장기를 넣고 15분을 버티거나 자신의 병력을 삭제하고 과거의 기억 일부를 왜곡하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한다. 그가 자주 표현하는 말처럼 만약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다면 카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탄에게 영혼을 팔 정도라니 얼마나 그 바람이 강한지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그 자신과 군 출신들을 발달장애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는 부분이다. 그들의 성향을 들여다보면 강한 남성 우월주의자에, 반공주의자에, 패션에 무지한 인간들이다. 여자를 비하하는 농담을 자주 하지만 출근 첫 날 그가 제일 먼저 한 고민이 옷 입기고, 그의 동료들을 만나 남성 우월주의자들임을 확인하는 순간은 교육과 환경을 먼저 생각나게 만들었다. 물론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이나 민간 후보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존경하게 되지만 그때까지 그들에 대한 편견과 지독한 자신감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과의 일화는 웃음을 주고, 그들이 가진 강박관념의 일부를 엿보게 한다.

 

우주로 나가길 그렇게 바라는 그들이지만 그들도 공포에 떠는 순간이 있다. 바로 발사를 기다리고 우주로 나가는 순간이다. 특히 발사를 기다릴 때 가족들이 겪는 공포와 긴장은 이전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비용 문제로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바뀌고, 환경이나 다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잘못으로 연기될 때마다 그 긴장감을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챌린저호 폭파 사고 후는 그 공포와 긴장감은 더욱 강해진다. 우주로 떠난 비행사는 결코 느낄 수 없겠지만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실로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이런 중압감과 공포 등이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우주비행을 떠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으니 조금은 짐작된다.

 

발달장애 행성에 온 마이크가 정신상담의를 찾아가거나 은퇴를 말하는 순간 가진 생각 중 하나는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은 우주비행사가 다녀가고 그런 생각에 빠진 것을 보면 그 스트레스가 엄청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비행준비를 하라고 하면 그들은 영혼이라도 팔아서 나가려고 한다. 그 중독성이 마약이나 기타 다른 것을 능가하는 모양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솔직히 단숨에 읽기엔 조금 버겁다. 하지만 유쾌하고 즐겁고 익살스럽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글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두려움이 잘 나타나고, 우주비행에 대한 바람이 곳곳에 드러난다. 간결한 문장과 새로운 정보는 읽는 재미를 주고,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풍경은 마음속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는다. 정치인에게 약한 나사의 관료들에선 우리와 다른 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사고로 죽더라도 80.45킬로미터 이상에서 죽기를 원하는 그들의 바람에선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나사와 우주비행사에 대해 웃기고 강한 설득력과 꿈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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