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살아있는 교육 17
윤구병.김미선 지음 / 보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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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대안학교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직 미혼이다 보니 구체적인 행동을 취한 적은 없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몇 개의 학원을 다니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었는데 이제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돌이 지나기 전부터 아이에게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고, 영어 TV를 보여주는 현실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발음 때문에 하는 혀뿌리 수술이다. 이 놀라운 변화와 현실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 현실이 싫은 아이들이 가는 대안학교에 관심을 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 책은 대안학교라고 할 수 있는 변산공동체학교를 두 저자의 글과 인터뷰 등을 통해 말한다. 처음은 변산공동체를 만든 윤구병 선생의 글이다.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현대 교육에 대한 불신과 대안교육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된다. 현대 교육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펼친 행정들의 결과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속칭 말빨은 잘 먹힌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 시대에 뒤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또아리를 털고 있다. 그래서 그 환상을 현실에 비추어 보여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가 바로 두 번째 저자인 김미선 씨다.

 

그녀는 변산공동체의 부외자다. 물론 그녀가 그곳에 호감을 가지고 좋은 시선으로 본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아이들과의 인터뷰와 계절 학교의 모습은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윤구병 선생이 변산공동체와 아이들을 보는 모습과 비교해 아이들이 그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일들은 많은 부분 다른 모습이다. 전자가 이상론에 입각하여 바라는 바를 많이 적었다면 아이들은 실제 현실에서 부닥치는 좋고 나쁜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어른들이 원하는 바와 대립하는 경우나 너무 자기 또래의 학생들이 없다는 지적은 호의적인 시선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아마 이 부분은 앞에 나온 글들과 나의 이상이 뒤로 오면서 깨어지는 아픔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가슴으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현대 교육에서 스스로 시간을 통제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거나 잘 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 종이 울리면 흥이 나고 신이 나도 중단해야 하고, 재미가 없다 하여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10년 이상 반복되다 보면 기계적으로 바뀌면서 무엇인가 저 나름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한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계발서에 열중하는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잘 놀지 못한다는 것은 컴퓨터나 게임기가 없으면 노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말한다. 이전에 크게 오징어를 그려놓고 놀거나 비석치기나 공기놀이를 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주어진 놀이만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저자들의 변산공동체학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너무 일방적이라면 그 학교 학생이었던 정운이의 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담겨있고, 너무 예쁘게만 그려져서 이곳에 온 사람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그 말에서 현재 모습의 한 단면과 바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졸업생들이 다시 계절 학교 도우미로 모이고 그곳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모습에선 그곳의 추억과 경험이 즐거웠음을 느끼게 된다. 또 계절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다 도우미로 활동하는 아이의 말에선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해 볼 내용이 있다. 지금 시골이나 도시에서 대안학교를 꿈꾸는 사람들 가운데는 또 다른 대안으로 통제 기구를 만들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돈을 많이 들여서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기존 통제 기구에 길들어 있어서인지 자율을 바라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또 다른 통제를 원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직 갈 길이 험난하고 멀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도 아이를 가지게 되면 자식을 위한다고 보통의 부모처럼 올인하거나 아니면 앞의 사람처럼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이 책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그림 한 조각은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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