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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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나 그와 비슷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나의 나쁜 기억력과 복잡하게 얽힌 족보 등으로 아직도 어렵다. 책을 읽다보면 알고 있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몇몇 세부적인 이야기나 잊고 있던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그 속에 담긴 폭력과 질투와 욕망이 너무 많이 넘실거린다. 약간 삐딱하게 시선을 기울인다. 신화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랑들이 나에겐 아름답지만은 않다.

 

저자는 사람들이 유독 그리스 신화에 열광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생긴다. 나의 경우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이유가 유럽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지 못하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다. 물론 영웅들의 모험담에 내가 열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헤라클레스의 모험담은 손에 땀을 지고 읽었고, 미노스 궁전은 괴물이 없다면 한 번 도전하고 싶은 곳이다. 이런 모험담과 사랑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고 즐겁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신화나 다른 나라의 신화보다 더 열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화 자체가 지닌 매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저자가 유독 그리스 신화에 한정하기에 약간 투정을 부려본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를 빼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고의 신이자 난봉꾼에 수많은 자식을 둔 그의 엽색 행각을 지금 시각에서 본다면 여성들의 적이다. 물론 남성들의 적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린 여자와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그로인해 발생한 비극은 얼마나 많은가! 덕분에 우린 풍부하고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를 즐기게 되었지만 그 시대에 딸은 둔 아버지나 그의 아내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지 않았을까 한다.

 

제목에서 저자는 사랑을 말했지만 이 속엔 애틋한 사랑보다 납치, 강간, 욕망, 질투, 시기, 폭력 등이 가득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하여지기도 하지만 순간의 욕망에 휩싸인 경우가 더 많고, 그 사랑이 지속되는 경우 극히 드물다. 워낙 유명한 제우스를 제외하고 태양의 신 아폴론이나 지하의 신 하데스가 보여준 행동은 지극히 인간적 본능에 충실하다.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저주를 내리고, 욕망에 휩싸여 강간하고 납치한다. 인간의 시각에서 본다면 분명한 범죄행위다. 이런 범죄행위가 신들의 이야기로 미화된 것이다. 물론 바로 여기에 그리스 신화의 매력이 있기는 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로 인해 만들어진 무수한 이야기와 문화는 현재 우리를 이해하는 초석이 된다.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에겐 부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람둥이와 강간과 폭력과 욕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서 지순한 사랑을 만나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다. 너무 삐딱한가? 좀더 이야기하면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상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누구의 작품인지 언제 그려지거나 만들어졌는지 하는 정보가 없다. 시작부분에서 컬러 사진을 보여주지만 본문에선 흑백 사진이라 명확한 이미지를 알 수가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제목 때문에 삐딱하게 보았지만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쉽고 별자리나 어원 등에 대한 설명이 많아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된다. 딱딱한 그리스 신화가 아닌 이야기 그리스 신화로 초보자에게 더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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