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윅스 - 네 자매와 한 소년, 그리고 두 마리 토끼의 여름 이야기
진 벗설 지음 / 지양어린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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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와 한 소년, 그리고 두 마리 토끼의 여름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깜찍한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다. “성장소설의 결정판”이니 “청소년용 종합선물세트 같은 소설”이란 평이 있는데 일정 부분 동의하게 된다. 큰 모험이나 어려움이 있지는 않지만 잔잔하면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동과 아픔과 성장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등장인물부터 기본 구성을 잘 갖추었다. 네 자매와 한 소년이란 조합인데 각각의 개성을 살려내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12살 맏딸 로잘린드는 엄마 없는 집안에서 엄마 역할을 하면서 첫 사랑에 빠진다. 둘째 딸 스카이예는 수학을 좋아하고 굉장히 직선적인 성격으로 말썽꾸러기 역할을 담당한다. 셋째 딸 제인은 몽상가 기질이 강하고, 자신만의 소설을 쓰며 작가를 꿈꾼다. 막내 딸 베티는 수줍음이 무척 많다. 처음 만난 사람을 보면 숨지만 동물이나 곤충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딸들과 함께 어울리며 생기를 찾는 소년이 바로 제프리다. 음악에 재능이 있지만 그의 엄마는 군사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길 원한다.

 

이 네 소녀와 한 소년이 한 여름 동안 벌이는 소동과 모험이 주 내용인데 화려함은 없지만 읽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제프리의 엄마인 티프튼 부인은 악역을 맡아 멋진 행동을 보여준다.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이 소설은 소녀, 소년의 단순한 소동으로 이어지겠지만 그녀가 등장함으로써 대결 구도와 모험과 갈등에 긴장감이 생긴다. 나이 어린 소녀들의 행동이 조심성이 부족하고 활기차고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그 제동을 걸어주고 소녀들을 성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한 소년의 어머니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있다. 바로 애완견 하운드다. 이 큰 개는 베티와 특히 친한데 주인이 위험하다고 느끼면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말썽꾸러기다. 시작부터 펜더윅 씨가 아룬델을 찾아오는데 한참 걸린 것도 하운드가 지도의 일부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가족들의 신발을 삼키다 뱉고 티프튼 부인이 아끼는 정원을 돌아다니는 등 수많은 말썽을 부린다. 하지만 하운드를 싫어하는 가족은 아무도 없고 모두 그를 사랑하고 함께 있는 것에 행복해한다.

 

두 마리 토끼는 티프튼 부인의 정원사인 캐그니가 기르는 예츠와 카라다. 이 토끼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멋진 사건을 하나 만들어 소녀와 소년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한 꼬마가 멀리 가출하게 만든다. 여기서 제프리와 하운드는 멋진 역할을 한다. 또 꼬마의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곳곳에 소녀들의 모험이나 행동이 이런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데 이것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각각 다른 개성과 행동을 보여주는 소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루할 새가 없다.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신비하거나 과장하거나 좀더 강한 충격을 전하는 사건은 없지만 현실이란 테두리 안에서 잘 만들어낸 소설이다. 마지막 장의 제목인 당분간 이별이란 말처럼 이들의 다음 모험과 만남이 궁금하다.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만났다면 다시 어떤 재미난 모험과 소동이 일어날까? 추억에서 시작한 소설이 상상으로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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