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침묵
질베르 시누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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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연쇄살인범이 천사들을 죽이고 있다고 써놓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사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악마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이 소설은 판타지인가? 아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그것도 2004년 프랑스 추리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그런데 왜 천사가 죽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천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사들일까?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한 남자가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소설은 문을 연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클라리사 그레이 부인이 쓰고 있는 한 장면이다. 잠시 후 그녀는 잠자리에 들어 책을 읽는다. 그때 어떤 소리가 나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발견한다. 불안에 떨며 경찰에 연락한다. 경찰이 도착했지만 시체는 사라졌다. 이상하다. 그 시체를 발견하는 과정과 모습이 그녀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다. 존재하지 시체와 자신이 창조한 장면과 똑같은 모습은 의문에 휩싸이게 한다. 과연 그녀의 착각일까?

 

이렇게 이상한 사건은 죽어가는 남자가 전해준 한 장의 수화물표를 통해 얻은 하나의 수첩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수첩에 적힌 암호를 친구인 매클린 교수의 도움으로 풀지만 그 문장을 해독하기위해 다른 종교학자 바실레 바코비아의 도움을 받는다. 그 속에 나온 이름들은 다름 아니라 모세, 예수, 마호메트 등이다. 그러다 바코비아가 살해당하고, 천사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는 클라리사를 쫓아온다. 그는 수첩에 담긴 메시지를 해독해 연쇄살인범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그녀는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소설은 부드럽고 간결한 문장과 잘 구성된 전개로 편안하게 잘 읽힌다. 과연 누가 범인인가? 하는 의문을 풀려고 노력하다보면 소설 속에 나오는 많은 단서들과 싸워야한다. 성경, 꾸란, 모세5경, 수비학, 점성술, 건축학, 양자역학 등등. 이 모두를 알 필요는 없다. 그냥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보다 흐름을 따라가면 마지막 단서에 도달하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과 마주한다. 그 결말이 누구에게나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에겐 불쾌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을 형이상학적 스릴러라고 한다. 단순히 살인사건을 쫓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신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사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클라리사가 대천사 가브리엘이 생각한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은 논쟁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 단순히 소설로만 치부할 경우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얼마 전 엄청난 히트작인 ‘다빈치 코드’를 생각하면 그냥 단순히 넘어가기엔 개운하지 못하다. 그리고 제목 ‘신의 침묵’을 생각하면 책 속에 제기된 많은 의문에 대해 그냥 무심하게 넘어가기 쉽지 않다.

 

다루고 있는 대상도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단서를 쫓는 과정과 탐정 역할을 맡은 클라리사의 조사와 추리를 따라가면 즐거움이 많다. 왜? 라는 질문에 살인자가 하는 대답은 결코 즐겁지 않다. 우리가 생각한 천사의 모습과 능력도 없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을 만든 신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세계 유일신 숭배 3대 종교의 창시자들을 만나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경험이다. 비록 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남겨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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