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나 소설은 많다. 이 소설도 그런 많은 소설 중 한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 등과 달리 한 사람만의 이동이 아닌 두 사람의 시간 이동을 다루고 있다. 그것도 같은 나라의 그렇게 먼 시간이 아닌 두 세대가 조금 못 미치는 57년이다. 현재의 2001년과 1944년에 이 둘은 서로 다른 시간대로 들어간다.

 

왜 1944년으로 정했을까? 일본 군국주의가 2차 대전 마지막 광기에 휩싸인 그 시대로 정한 것은 왜일까? 현재의 풍족하고 전통적 가치관이 많이 사라진 시대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극적 효과만을 위한 시간대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저자나 역자가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자 적어주었으면 하지만 책에서 그 흐름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겐타는 서핑을 좋아하는 19세 소년이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서핑을 즐기려고 바다를 찾는다. 과거 1944년의 고이치도 19세 소년이다. 그는 연습항공대 소속 예비조종사로 홀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그런 중 이 둘은 예기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고 서로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그들의 현재는 바뀐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로 바뀐 환경은 낯설다. 겐타에게 과거의 모습은 불과 몇 십 년 전인데도 낯설다. 한창 전쟁 중임을 생각하면 그 낯선 풍경과 환경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처음 그가 낯선 환경에서 생각한 것이 몰래 카메라임을 생각하는 장면은 영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어서 만나게 되는 현실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자신의 시대와는 다른 군국주의와 폭력과 광기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살기 위해,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고이치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맞추어 적응한다.

 

고이치에게도 현재는 낯선 곳이다. 머리를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고, 몸 여기저기 피어싱을 하고, 자신의 시대에 비해 맨몸을 드러낸 여자들로 넘쳐나는 거리는 휘황찬란한 건물 모습과 더불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가 깨어나는 병원에서 보여주는 반응은 재미난 모습이지만 불과 57년만의 엄청난 변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적국과 스파이에 대한 것이니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지배를 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도 또한 자신을 겐타로 착각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적응한다.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점은 바로 이 두 시대의 다른 일본인을 통해 바라본 일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현재의 겐타가 마주한 과거는 이미 자신이 결과를 알고 있는 과거라는 점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고, 그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들은 쉽게 견디기 어렵다. 고이치가 과거 역사를 읽고 전쟁의 결과를 알게 되는 장면과 전쟁에서 졌는데도 현재 일본인들이 풍요롭게 잘 살아가는 현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이성과 강요된 정보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마주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재미있다. 여기에 미나미라는 여자의 존재는 두 남자가 현재라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하는 주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녀와 관련된 정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이 통로가 이상하게 틀어지며 혼란에 휩싸이게 만든다.

 

가끔 시간여행을 꿈꾸곤 했다. 나의 시간여행은 이런 어렵고 힘든 여행이 아니다. 과거로 간다면 알고 있는 정보로 부를 이루거나 지식으로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이 내 마음대로인 경우가 태반이다. 미래로 간다고 해도 정보를 얻어 현재에 부를 쌓거나 멋진 관광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소설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소설을 보다 재미있는 표현 한 구절이 있었다. 고이즈미 외모에 대한 고이치의 생각인데 ‘반백의 머리를 작가처럼, 서양 개 같은 용모의 일본인’(187쪽)이란 묘사다. 겐타의 시각에서 본 일본 군국주의 마지막 상황묘사와 더불어 그의 정치색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고이치가 현재에서 보여주는 몇 가지 행동은 극우파들이 현재 모습이 아닐까 추측해보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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