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너무나도 적다.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있어 다른 인물들이 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에 그 위대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는 그의 희곡이 연극이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상영되고 있다. 그런 그의 미발표 희곡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바로 여기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이미 희곡이 발견된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아마 사실을 증명하고 이를 가지려고 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교묘하게 희곡의 존재를 암시하는 편지와 암호를 등장시켜 보물찾기와 그 보물지도를 둘러싼 쟁탈전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러면서 그 희곡의 사실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 학도를 등장시켜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일상적인 장면을 가끔은 노골적으로 말하고 그대로 옮기기도 한다. 영화 장면에 대한 패러디이자 이미지로 가득한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두 남자와 편지 하나로 이어진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제이크와 고서점에서 일하는 크로세티가 두 주인공이다. 제이크는 완벽하고 멋진 아내를 두고 있지만 어린 시절 굴절된 가족 환경 때문인지 끊임없이 다른 여자와 부정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의 과거는 이 소설의 한 축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어두운 사회에 대한 축소사이기도 하다. 유대인과 나치 SS장교 딸과의 묘한 결합과 폭력조직의 회계사였던 아버지의 도망으로 깨어진 평화와 형제들의 빗나간 모습은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에 반해 크로세티는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과거의 기억이나 아픔보다 현재 부딪히는 상황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원고를 암시하는 듯한 17세기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로 풍부한 지식과 인맥을 가지고 있어 암호문으로 작성된 편지에 대한 많은 의문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사건의 한 축을 형성하는 정체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 여자 캐롤린은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된다. 

 

세기의 대발견이 사건으로 커지게 된 것은 벌스트로드 교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는 크로세티로부터 사실을 속여 그 편지를 싼 가격에 구입한다. 과거 셰익스피어 전문가에서 위조범에게 위조문서로 속는 치욕을 당한 그 순간 명예도 경력도 삶도 모두 무너졌기 때문에 욕심을 부린다. 그런 순간 자신 앞에 나타난 이 편지는 희망이자 미래였을 것이다. 단숨에 무너진 모든 명성과 명예와 삶을 되살리려고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편지에 욕심을 부린 인물에게 살해당했다. 물론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그 또한 음모와 배신에 농락당했다. 여기서 다양한 인물들이 엮이고 알 수 없는 의문이 생기고 거물들이 개입하게 된다.   

 

사실 미스터리의 몇몇은 초반에 단서가 제공된다. 작가가 비슷하게 묘사한 글에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 문서가 진품인가 하는 점은 끝까지 의문스럽게 여겨지는데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엮이고 얽힌 관계와 비밀들은 스릴러답게 단숨에 모두를 모아놓고 풀어낸다. 적지 않은 분량임을 생각하면 대단하다. 간결한 문장과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제이크의 과거와 크로세티의 현실이 만나는 순간을 향해 달려갈 때조차도 놀라운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재미있는 설정과 구성이다. 이것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다. 놀라운 과거를 가졌지만 지금은 예수회 신부가 된 폴 형이나 도서관 사서이지만 뉴욕 경찰의 아내였던 크로세티의 어머니 등은 개인이 지닌 능력도 대단하지만 인맥 등으로 사건이 확대되거나 잘못되는 것을 막아내기도 한다. 또 다양한 직업을 생생하게 다루면서 부수적인 즐거움도 전해주며 미발표 셰익스피어의 원고가 있다면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드러난 이야기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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