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라틴세계로 나를 이끈다.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서평단 알림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화첩기행이라! 생소한 단어다. 무지한 덕분인지 김병종이란 화가도 잘 모른다. 그러나 라틴이란 단어와 목차에 나오는 나라와 인물들과 지명들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래서 읽기 시작하였고, 작가가 만난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나를 매혹시켰다.

최근 여행 에세이를 조금씩 읽고 있다. 화려한 사진과 외국에서 만난 사람과 삶은 나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 근데 이 책은 사진이 아니라 화가인 작가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사진이 보여주는 정확한 모습이 사라진 대신 작가의 눈과 손에 의해 탄생한 그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들이 사진에 대한 그리움을 날려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사진으로 그 분명한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어쩔 수 없는 나의 변덕이다.

모두 6개국을 다룬다. 쿠바,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페루. 분량이 가장 많은 곳은 쿠바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풀어놓는 곳이기도 하다. 쿠바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체 게바라, 카스트로다. 그리고 아바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시작하여 헤밍웨이를 거쳐 아바나를 중심으로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풀어낸다. 예전에 영화 속에서 만난 아바나는 사라지고 작가가 펼쳐 보여주는 아바나가 눈앞에 드리운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벽화로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와 그의 아내였던 프리다 칼로를 만난다. 알고 있던 지식을 넘어선 것들은 많이 없지만 살짝 그 윗동네를 생각나게 만든다. 이어서 만나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강렬한 춤 탱고와 20세기의 대문호 보르헤스를 지나 ‘에비타’로 만났던 에바 페론에 이른다. 몇 권의 다른 책들이나 영화 속에서 만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닌 색다른 모습으로 나를 유혹한다. 갑자기 가고 싶은 곳으로 부상한다.

그곳을 지나 브라질에 이르면 작가들은 사라지고 삼바와 축구와 코르코바도 예수상이 나타난다. 세계적인 리오 축제와 영화 속에서 본 산 정상의 예수상이 그들의 열정과 더불어 나에게 다가온다. 그 후 다시 칠레로 넘어가는데 갑자기 와인이 생각난다. 칠레산 와인 덕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나는 작가는 이사벨 아옌데와 파블로 네루다다. 그들의 대표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이름을 알고, 그들과 관련된 영화로 더 익숙한 작가들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마추픽추와 쿠스코 등으로 유명한 잉카 문명이 있는 페루다. 그리고 로맹 가리.

삶과 예술이 박동하는 매혹적인 라틴 세계라는 설명처럼 책은 라틴 문화 속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에 새로운 모습을 더 담아준다. 비록 그가 만나는 라틴 세계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과 지명들로 채워져 있어 약간 아쉬움을 주지만 풍부한 지식이 돋보이는 글들과 여행자의 시선에서 본 라틴 아메리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흔적들은 읽는 모두에게 각각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그 속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곳이 있다. 쿠바의 말레콘이다. 단순히 도시와 바다를 경계 짓는 시멘트 방파제이지만 이 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삶은 하나의 멋진 풍경으로 가슴속에 아로새겨진다. 그리고 수많은 라틴문학의 거장들은 지금 나로 하여금 빨리 책을 읽으라고 손짓한다. 잠시 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시디를 찾아 다시 그 음악 속에 빠져야겠다.

*알라딘 서평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