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로즈
세르다르 오즈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삶은 언제나 의문으로 가득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의문들을 풀고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가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만나게 되면 그 의문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의문을 덮어두고 가고 싶지만 삶이 의문을 풀고자 노력하는 순간 새로운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다이애나가 만나는 사실은 그녀를 충격과 수많은 의문을 만들어낸다. 이때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실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녀가 알고 있던 명백한 진실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고 유일한 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죽으면서 남긴 편지 등엔 아버지가 쌍둥이 자매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쌍둥이 자매 메리가 어머니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이십 몇 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일에 수많은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다. 왜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하는 걸까? 왜 이렇게 힘든 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어머니를 방금 상실한 그녀에게 이 사실들은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다.

 

다이애나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파티의 주인공으로 여신으로 사람들에게 숭배 받는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자신을 돋보여줄 친구가 더 편한 상태였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무너트리는 사건이 생기면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즐겁게 만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음을 안다. 다만 그녀의 외모와 부유함 등을 함께 누리기 위한 친구들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거지의 말과 한 화가의 그림과 대화는 그녀를 새로운 의문을 마주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어머니가 죽은 후 메리가 남기거나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않고 있던 그녀가 편지를 읽고 간 곳은 이스탄불이다. 여기서 그녀가 배우는 것은 신비한 것이다. 바로 장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보고자 하지도 않고 듣고 싶은 마음도 없는 그녀에게 장미와의 대화를 배운다는 것은 대단한 진전이자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쉽게 그녀에게 장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장미들의 이야기는 정원사 제이넵 하님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화 같은 장미들의 이야기는 몇 일간 계속되지만 쉽게 배우지 못한다.

 

작가가 메리의 정체를 숨긴다고 하였지만 짐작하고 있었고 확인하니 짐작한 대로였다. 미스터리소설이라면 감점 요인이 되겠지만 성장 소설임을 생각하면 지장 없다. 알고 있기에 혹시 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 알고 있는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풀어질지 궁금하였던 것이다.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는 마무리였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독특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고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아직 나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어린왕자’를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갑자기 장미의 향기만이 아니라 조그마한 소리라도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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