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즈 비 Boys be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소년과 노인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소년 하야토는 어머니를 잃고 어린 동생과 살면서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자신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산다. 기껏 초등학교 6학년인데 주변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가 있던 병실을 찾아가거나 검은 튤립을 그리는 동생을 돌봐야하고, 이런 사실을 아빠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아주 특별한 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가 바로 수제구두를 만드는 에이조 씨다.

 

이 에이조라는 노인도 특이한 분이다. 자신의 수제화를 만드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손님이고 뭐고 없다.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의 신발을 신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찾는 모양이다. 그만큼 편하고 좋은 신발을 만든다. 그러나 남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남들이 다가오는 것을 꺼려한다. 헌데 예외가 생겼다. 그가 바로 하야토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진 소년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기보다 그냥 혼자만의 삶에 빠져있는 노인의 만남은 예상한 결말로 이어지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이 벌어지지 않지만 조금씩 스며드는 감정으로 인해 점점 빠져든다. 소년의 고민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하고, 그 대책이 실패했을 때 다른 방안을 찾고, 그 시도가 성공했을 때 괜히 우쭐해 한다. 이런 과정을 무리 없이 풀어내는데 재미있다. 격렬하거나 충동적이지 않지만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난 대목이나 생각할 것을 제공하는 부분을 많이 만난다. 특히 하야토가 자기 아버지에게 자신의 짐 일부를 토해내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백미가 아닌가 한다. 자신의 바쁜 일상 때문에 이모에게 아이를 부탁하려는 대목에서 하야토가 울면서 말하는 장면이다. 죽은 엄마처럼 아빠가 너무 멀다고 아빠도 죽어버린 것 같다고 외치며 이모에게 맡겨놓고 그걸로 안심하고 자신의 일을 할 거라는 말하는 장면은 가슴이 찡하였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모를 오라고 한 것이 아이들과의 거리를 더 벌이는 일이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사람들과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아버지와 자식 간의 거리, 이웃 간의 거리, 한 소년과 노인과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멀어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가까워서 뜨겁게 느껴지지 않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언제 뜻대로 된 적이 있던가. 두 사람의 우정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영화‘시네마 천국’이 생각나는데 이 소설에서도 소년과 노인의 우정과 따스함이 느껴졌기 때문인 모양이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짐을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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