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998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네 번째로 번역된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이다.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읽었는데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다른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몰입하게 되면 정신없이 빨려 들어간다. 이번 소설은 스탈린의 비밀노트라는 부제처럼 과거의 유물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소설들과 약간 다른 방식이고 다루는 인물도 다르지만 과거의 영광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동일하지 않을까 한다. 이 부분에선 우리의 현실과도 유사한 점이 보이기에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곳곳에 드러나는 은유와 비판의식은 가끔 불편한 느낌을 준다. 나만의 과장된 반응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소설 속에 깔린 의도가 너무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소설은 한 권의 노트로부터 시작한다. 한 늙은이가 스탈린 죽기 직전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사학자 켈소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켈소라는 사학자는 잘못된 결혼생활과 알코올로 인생이 피폐해진 인물이다. 그렇지만 아직 자신이 연구한 주제나 소재들을 무시할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 비밀노트는 역사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를 안겨줄 물건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그 비밀노트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노트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조사를 위해 움직인다.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과 맞물리고, 한 인물의 영웅적 행동으로 멋진 활극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켈소라는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매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지도, 결단력도 거의 없다. 있다면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에 잘 휩쓸려 들어가면서 사건을 만들어 내는 정도랄까? 기존에 읽은 해리스의 소설 속 주인공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른 소설과 달리 쉽게 몰입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역사의 인물이나 시기를 다룰 경우 현실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 속 스탈린을 단순히 과거의 인물로 치부한다면 설정부터 힘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스탈린이란 인물이 어떤 존재였는지 과거와 현재 모두 비추어 말한다. 스탈린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인물이라고 평한 대목에선 놀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영광을 먹고 사는 인물이나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현실에 대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의 비극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금방 읽고 난 후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다르다. 책을 당시 약간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고, 읽고 난 후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쉬움은 남아있고 마지막 반전을 생각하면서 그랬구나 생각하였지만 전체 구성을 생각하게 된다. 인물들의 등장과 성격이나 상황 등이 복잡하게 엮인다.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지만 현실에 대한 과거의 악령을 멋지게 되살린 부분엔 감탄을 자아낸다. 또 마지막 설정은 약간 튀는 느낌이 있지만 나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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