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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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제목부터 사람의 시선을 끄는데 내용도 흥미롭다. 아주 특별한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다는 말인가?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놀라운 신세계임이 틀림없다. 나 자신도 얼마 전 옥션에서 절판된 책을 구입하려고 가격을 본 후 놀라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엔 그것이 오히려 장난에 가깝다. 초판본, 한정판, 저자헌정 등의 놀라운 책들의 세계가 있다.

 

이 책이 단순히 고가의 책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었다면 흥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재미까지 보장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저자 자신이 현대 영문학 박사 출신으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책들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기에 상당히 재미있다. 너무 흔하지만 오류가 있는 롤링의 이야기나 수많은 퇴짜 끝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작가들의 이야기나 시대를 앞서간 책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다. 거기에 저자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책들의 금액을 알려주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한때 나도 열심히 무언가를 모은 적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여 엄청나게 비디오 태입을 모았지만 이사하는데 짐이 되어 몇 개를 팔고, 지금 남은 것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고 있다. 또 어느 날부터 모이기 시작한 음악시디를 옆에 쌓아두고 MP3로 듣다보니 이것도 하나의 짐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모아온 책들도 주변에 가끔 주고, 팔고, 교환하면서 정리하지만 역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한다. 그런데 이때 모은 몇몇은 알게 모르게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바로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는데 팔 것인가 말 것인가? 저자처럼 전문판매자라면 과감하게 팔아 생계에 보탬이 되게 하겠지만 아직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팔정도는 아니다. 아니 더욱 애착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총 20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중 가지고 있는 책도 많지만 세어보니 읽은 책은 겨우 6권이다. 물론 몇 편은 절판 혹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다. 한때 세계명작이니 걸작이니 하는 것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정확하게는 요즘 명작이니 걸작보다 오락성이 강한 책에 더 시선이 간다고 해야 하겠다. 그런데도 이 속에 나온 책 중 소장하고 있지 않은 몇 권에 대해서는 강한 소유욕을 느낀다.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말이다. 몇 개월 전 살만 루시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낑낑대며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책 출간을 둘러싼 에피소드 중심의 전개에 그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면서 단순한 고가 수집가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도 도와준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들이 되었지만 초기 그들이 자비로 출판했다거나 출판해줄 출판사나 인쇄소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도 허영에 들떠 읽었지만 몇몇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고 유명세에 의한 구입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는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도 있고, 읽어야지 다짐만 수십 번 한 책도 있는데 뒷이야기를 듣다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생긴다.

 

생소한 문화와 세계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는데 최초 소유자인 아이들에게 버림을 받았어야만 고가로 거래되는 아동서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또 보존 상태나 초판본 여부나 저자의 사인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그 가격은 급격하게 변하는 우리의 문화를 생각하면 귀가 솔깃해진다. 오타가 있는 책보다 새롭고 잘 정리된 책을 원하고, 초판본보다 최근에 새로 나온 깨끗한 책을 더 좋아하거나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책보다 새롭게 번역된 책을 선호하는 나를 생각하면 나의 수집벽이 돈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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