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서가 아니다. 그가 살아오면서,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풀어낸 산문집이다. 그래서 여행서에서 느끼는 신비로움이나 아름다움이나 새로움은 거의 없다. 허나 그 이상의 경험을 준다. 20년간 전 세계를 돌면서 마주한 수많은 경험이 담겨있다. 매력적이고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문장들은 생각보다 더딘 책읽기로 이어졌지만 그의 생각들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지상이란 여행가를 나는 모른다. 여행에 관심이 많았지만 언제나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 만난 공간과 시간이 더 강했다. 여행기라고 불리는 것을 읽은 것도 올해부터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에서 재미를 느끼고 이런 책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여행안내서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 책 이후 몇 권의 여행기를 더 읽었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너무 부풀려지거나 개인적 경험에 기운 듯한 느낌을 가끔 받았다. 무조건 떠나라고 말하지 못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여행기가 아닌 여행에 대한 글들로 가슴 한쪽에 바람이 불어 들어간다.

 

여행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행가의 글이니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가 수많은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나 경험을 널어놓은데 다른 여행기에서 흔히 보이는 충동이 많이 없다. 오히려 장기여행이나 단기여행의 장단점을 풀어놓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한 목적지만을 다룬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장소가 나오는데 덕분에 여행지의 정보를 얻을 수 없지만 더 큰 것을 얻게 된다. 그것은 여행이란 것의 본래 목적이다.

 

도(道)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시내에 나가면 ‘도를 아십니까?’ 묻는 그 도가 아니라 길의 의미가 있는 道이다.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는 인생에 대한 가장 짧은 글처럼 우린 모두 길 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식하는 순간 과거가 되고, 미래는 조금씩 현재와 과거가 되는 시간 속에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품고 있던 열망을 여행자유화 바람을 타고 실행에 옮겼다. 저자처럼 나에게도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그의 차이는 실천에 있었다. 털어내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그와 이런 저런 핑계로 멈추고 있던 나. 길에 대한 인식은 이어졌지만 실천으로 가지 못한 나를 보며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는 단순한 말을 되새기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문장들이 많다. 모두 읽고 난 지금도 몇 장을 넘기며 사진을 보고, 목차를 보면서 기억을 되살린다.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 읽은 문장도 보이지만 새로운 작가와 시선 때문인지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만약 다른 여행서처럼 이 책도 그런 여행지에 대한 글과 정보로 채워졌다면 가고 싶다는 마음은 더 많았겠지만 여행이라는 본질에 대한 생각으론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Life is journey'라는 문장처럼 또 다른 눈을 통해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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