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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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도 출간된 킹의 소설이다. 이 책이 황금가지에서 나왔을 때 신간으로 알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보면서 이전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셀’에서 이전에 킹의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한 나에게 이 소설은 초기작이 주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당히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첫 권을 보았는데 역시 킹이다.

 

킹의 소설을 보다보면 공포에 대한 기원이 정확히 드러나는 것이 거의 없다. 장소나 사람이나 시간 속에 공포가 갑자기 찾아오지만 그 과정에 대한 묘사를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그 공포에 격렬히 저항하지만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한 그 위력에 쉽게 이기기는 힘들다. 어떤 순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고, 어떤 순간은 맞부딪혀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에서도 루이스 집안에 찾아온 공포에 대한 기원은 없다. 하지만 그 공포가 시작하는 곳에 대한 정보는 있다. 평온한 일상에서 우연히 생긴 고양이 처치의 죽음을 부활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면서 우린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해 미리 예측한다. 두 아이와 아름다운 아내와 아름다운 집으로 이사 온 그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와 만나고, 전설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 공포는 서서히 우리를 좁혀온다. 또 어떤 방식으로, 누가 그 대상이 될 것인지 이리저리 예상하는 자신을 보면서 관객으로써의 재미를 누린다.

 

부활은 완전하지 못하다. 고양이 처치나 저드의 개 경우를 보더라도 그 존재는 생명감을 지닌 존재가 아닌 그냥 살아 움직이는 괴물 같은 느낌이다. 시체의 악취를 풍기고, 사람들을 맴도는 그 존재를 이전처럼 따뜻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되돌릴 수 있다고. 과거에 일어난 불행은 그 부활에 걸린 시간이 문제라고. 빨리 미크맥 매장지에 묻는다면 이전의 존재들과는 다른 생기 있는 존재로 부활할 것이라고 굳건하게 믿는다. 그 자신의 불안한 마음과 열망이 만들어낸 그 틈새를 사악한 기운이 슬며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계획을 짜고, 예측하지만 그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그 무모함과 집착이 불어올 비극과 공포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킹의 소설을 보면 그가 만들어내는 공포에 서서히 빠지는 자신을 본다. 치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의 문장을 따라가면 공포의 현장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의 깜짝 연출처럼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처럼 스며드는 공포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어느 정도 그 결말을 예상하였고, 그대로 진행되었지만 재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그대로 진행됨으로 인해 더욱 높아지기도 하였다. 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호러 작가 중 한 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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