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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로데시벨 - The Last Zero Decibel
최설도 지음 / 잉크한방울 / 2026년 5월
평점 :
한국에서 층간소음은 많은 사건의 원인이 된다.
늦은 밤 위층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아이들이 뛰는 소리 등.
상식이 있는 위층이라면 조심하겠지만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위층을 향해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틀어 반격하는 집도 있다.
아파트에 층간 소음을 서로 조심하자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층간소음을 줄이는 공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건설사도, 그들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 등도 그런 법을 제정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이 문제는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 층간소음 문제를 뒤틀어 서늘한 이야기를 만든다.
광장동에 위치한 ‘더 리치 힐스’라는 고급 빌라.
이곳에 사는 408호의 준태는 한 가지 나쁜 취미가 있다.
음향 전문가인 그는 고급 청진기로 아래층의 소리를 엿듣는 것이다.
308호의 재현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오면 준태는 바닥에 붙어 그 집의 소리를 훔쳐 듣는다.
도청의 재미에 빠진 그는 아래층에서 들리는 비닐 소리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쿵! 하는 고기덩이가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
누군가를 타격하고, 내리찍고, 뼈와 살이 으깨지는 듯한 소리.
살인 현장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는 중이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자신의 도청 때문에 주저한다.
이 주저보다 더 무서운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은 아래층의 재현이 그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한 반응이다.
계속해서 308호의 소리를 훔쳐 듣고, 그 소리를 녹음한다.
신고해서 살인범을 경찰이 잡아가게 해야 하지만 자신의 범죄가 더 걱정이다.
그 걱정과 자신의 도청을 알고 있는 듯한 308호 재현 때문에 공포에 빠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둘, 재현이 던지는 그의 도청 사실.
놀라 올라온 준태이지만 반격을 꿈꾸고 아래층에 몰래 도청 장치를 넣는다.
하지만 재현이 더 한수 위로 그의 행동을 녹화하고 있었다.
준태가 재현의 손 위에서 놀아나던 순간이었다.
준태와 재현의 도청과 살인을 둘러싼 둘의 대결이 펼쳐진다.
준태는 재현이 살인하는 소리를 편집해서 사람의 가청 범위 너머의 소리로 만든다.
그의 작업은 모르는 사람이라면 공포에 질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재현에게는 하나의 놀이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준태는 공포에 빠져 제대로 이성을 찾지 못한다.
재현이 보내는 문자에 놀라고, 다른 소리도 무서워 구석에 숨는다.
층간 소음 문제가 다른 집에서 제기되지만 준태는 재현의 편을 든다.
아니 편들지 않으면 자신의 범죄 사실이 먼저 알려질 수 있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은밀한 대결은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나중에 준태가 몇 번의 실패 끝에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소설 초반의 장면은 대단한 흡입력과 묘사로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왔다.
이 긴장감은 둘의 관계가 깨어지면서 조금씩 무너진다.
방음이 잘 된 고급빌라는 말에 무색하게 층간소음은 심한 편이다.
이 소음과 둘 사람 사이의 무게 추가 바뀔 때 살짝 어색한 느낌이 든다.
대담했던 인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그 모습은 왠지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위성은 그의 대범한 행동과 근태를 엿봤던 과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낯선 음향 지식과 둘에 집중된 이야기는 몰입도를 높였다.
둘의 수 싸움, 심리적 우월감과 역전 상황, 도덕적 한계를 넘어선 둘의 심리 묘사는 극단적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새로운 여성은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는데 언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