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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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소설을 읽었다.

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한 것을 이번에 실천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책들이 적지 않아 살짝 무색하지만.

그리고 읽기 시작하자마자 고양이가 본 근대 일본 이야기에 빠졌다.

단숨에 읽기에는 분량이 많고, 체력과 시간 부족으로 며칠 걸렸다.

수많은 주석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잠깐 가독성을 늦추었다.

곳곳에 그 시대를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 고양이가 어디서 문자를 배웠고, 지식을 알았을까 하는 의문은 잠시 묻어두자.

고양이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모습은 재밌고, 현재에도 유효한 부분이 있다.


소세키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었지 소설을 여러 편 읽지는 않았다.

사 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도 꽤 있는데 이런 일이 나에게는 흔한 일이다.

소세키의 연보도 이번에 처음 읽었고, 그가 49세의 이른 나이에 죽은 것을 처음 알았다.

작품 수도 생각보다 적었고, 데뷔한 나이도 생각보다 늦은 38세였다.

일본 지폐에 나오는 근대문학의 거장임을 생각하면 의외다.

이런 의외는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금방 사라진다.

그리고 2장에서 나온 도입부 이야기도 연보를 보면 이해가 된다.

1장은 잡지 <두견새>에 연재한 후 호평을 받았고, 이것이 장편으로 발전했다.

이때부터 작가로 살아갈 결심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중학교 영어 교사 구샤미 선생의 집에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가 화자다.

이 고양이는 구샤미 선생 집에 머물면서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자주 등장하고 재밌는 인물은 미학자 메이테이다.

그의 허풍과 황당한 이야기는 솔깃하고 소소한 재미를 준다.

상대방이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그가 방문하는 것을 고양이가 기다릴 정도다.

이 이외에 자주 나오는 인물이 구샤미의 옛 제자이자 이학사인 간게쓰다.

황당한 역학 이론과 유리 공을 계속 가는 일은 그의 결혼 이야기와 엮어 반복된다.

마지막에 바이올린을 둘러싼 긴 이야기는 장광설의 멋진 표본이다.


고양이가 사는 집 주인 구샤미의 모습도 재미있다.

허세 가득하고, 신경성 위장병을 앓고 있다.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 제자 등이 와서 끌고 나가야 한다.

그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등이 주요 내용인데 각종 철학과 이론이 등장한다.

작가의 풍부한 한문학 지식과 약간 놀리는 듯한 신체시 등도 재밌다.

이웃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편견과 아집을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어물쩍 넘어가고, 자기를 변명하는데 열심이다.

그가 아내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시대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의 아내가 늘 공손하고 유약한 것만은 아니다.

잠깐 나오는 세 딸의 식사 장면 등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게 한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하나의 큰 줄기를 타고 넝어가는 소설이 아니다.

일상의 풍경을 하나씩 늘어놓고, 풍자하면서 즐긴다.

어떤 대목은 필요없이 긴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이것도 일상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도 딴 일로 빠진다.

어떻게 보면 중구난방이고 왜 모였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임 자체가 주는 모습이 나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우리의 모습도 바로 이런 장면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자인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다 실패하는 장면은 애니의 한 편 같다.

쥐를 잘 잡지 못하지만 인간세계를 이렇게 잘 안다면 뭐 어떤가!

기존에 읽었던 소세키의 소설과 다른 느낌이라 조금 색다른 재미를 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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