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얼굴의 아이> 서평단 알림
우울한 얼굴의 아이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역시 쉬운 책은 아니다. 마지막 장편 3부작의 2부인데 1부인 ‘체인지링’을 먼저 읽은 덕분인지 지난번보다 조금은 쉽게 읽었다. 1부를 읽은 것이 일 년 이상 지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기토라는 이름보다 이타미 주조 역인 고로의 이름에 더 익숙한 것은 나도 놀라운 대목이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 상당히 힘겹게 읽은 것이 여기서 이런 도움을 줄 것으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체인지링’이 모리스 센닥의 그림을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끌고 갔던 것으로 안다. 이번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말해지는 작품이지만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다. 몇몇 인물과 이야기의 단편들은 너무 유명해서 책을 읽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역시 여기저기서 조합한 지식과 제대로 읽은 것은 차이가 난다. 덕분에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돈키호테 속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조금 힘겨운 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데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다. 단지 이해의 폭이 조금 줄어든다는 정도다.

 

1부에서 말한 이야기와 전설이 여기서도 거듭해서 나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연작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이런 부분들이 전편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문장(지난번보다 한결 쉬웠지만)과 암축적인 대화 등은 속도를 내는데 장애가 된다.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가 암초에 부딪혀 숨을 돌이키면 다시 몰입하기가 힘들다. 또 주인공 고기토의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정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일본적인 색채와 서양이 만나는 접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체인지링’에서 아이에 집착한 것으로 아는데 여기서도 변함없다. 비록 작가의 고향에 전해지는 동자전설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다시 1부에서 다루어진 것들을 더 깊이 다루고,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깊고 심도 있는 분석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 대화와 인용들을 보다보면 작가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고 관심도 높아지지만 역시 어딘가에 부딪혀 미로 속으로 빠져든다. 여기서 나로 하여금 오에 겐자부로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이전에 읽었지만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부분과 어렵게 생각하여 포기한 것들에 대한 다시읽기를 생각한다. 비록 아직 작가의 작품에 대한 윤곽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렇게 연작을 읽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희미한 윤곽과 특징이 보이는 듯하다.

 

기묘한 동거와 기묘한 생활과 새롭게 와 닿는 전설의 의미에 덧붙여 작가에 대한 격동하는 감정들은 기존 소설로 생각한 틀들을 모두 부셔버린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이어지는 삶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대화와 연구와 토론은 이 소설의 백미지만 역시 깊게 빠져들면서 진도가 빨라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동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지막을 장을 몇 번 읽고 생각에 빠지지만 머릿속에 명확한 실체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앞에 읽은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3부작 중 2부이니 1부를 보지 않은 사람은 나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를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와 특징이 좀더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고기토라는 이름을 보면서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말한 라틴어 고기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책 마지막에서 이 문장을 드러내면서 이름에 담긴 나의 추측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 알라딘 서평단 도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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