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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몸 어디에 눈물이 그리 흔한지 ㅣ 걷는사람 소설집 24
김종광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4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왠지 모르게 손이 잘 나가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
책을 사지 않은 작가의 경우가 아니다.
책도 몇 권 여기저기서 샀는데 펼치지를 않는 작가들 말이다.
언젠가 읽겠다는 생각만 하다 십 년 이상 묵혀둔 작가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었는데 올해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으로 그 벽을 넘었다.
오랜만에 맛본 한국적 해학에 재미를 느껴 이 책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예상한 재미와 긴 추억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아버지 김동창의 삶 속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소설로 각색했다.
아버지가 남긴 잡기장과 반장일지 등 유품을 참고해 사실과 허구를 뒤섞는다.
역사적 사실 속에서 한 개인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살았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낯익은 것도 적지 않다.
가장 낯선 것 중 하나는 당시 남편들이 아내를 때리고 살았다는 것이다.
김동창의 형님들이나 그 동네 사람들만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과장일까?
창이 나중에 결혼할 때 아내를 때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솔직히 공감할 수 없다.
뭐 내 이전 세대의 부모 중에 이런 폭력인 집이 얼마나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창과 조카의 나이가 같은 경우나 조카가 더 많은 경우는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동창은 어릴 때 부모가 돌아가셔서 큰형네에서 산다.
동갑 조카와 함께 국민학교를 다니지만 차별을 받는다.
이 차별도 낯설지 않고, 많은 형들이 실제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다만 창이 중학교를 가려고 할 때 셋째 형이 돈을 내기로 한 것이 전부다.
다른 성격, 다른 경제 형편 등은 그 시대를 감안하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기계가 농촌으로 들어오기 전이고, 인력이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조카와 다른 대우를 받았지만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것에 고마움을 느낀 것은 어쩔 수 없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란 현실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정치적 구호와 운동은 몰랐던 것도 있어 흥미로웠다.
급격한 경제 성장의 시대. 노력만 하면 먹고 살 수 있던 시절.
하지만 부를 쌓는 것은 자산이 있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했다.
대부분의 그 당시 부모들은 하루하루를 걱정하면서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난 후 예상하지 못한 곳이 부동산 개발로 부자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충청도 시골 마을에서 농사 짓고, 소를 키우던 창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역경리에 남은 사람들이 고향을 지킨 것이 아니라 떠나지 못한 것이라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자식을 대학 보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에 딸 하나, 아들 둘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실제 오빠 한 명을 위해 여동생이 희생된 집도 많았다.
그리고 80년대 대학생들의 데모와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은 부모들의 큰 걱정이었다.
단편적으로 다룬 사건들 속에 잊고 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등장시켜 허구를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문구와 아버지의 동창이란 허구를 말한다.
하지만 이 허구를 이후 능청스럽게 사실처럼 이야기 속에 넣는다.
이야기 곳곳에 창의 행동과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분리해 표현한다.
제대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했던 그 시절 남자의 진심을 말이다.
곳곳에 사투리가 나오지만 낯선데 충청도 사투리라 더 그런 것은 아니다.
“내남없이 하고 들어온 말인데 글자로 써 놓으니까 생판 모르는 말 같았던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란 사실에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마음과 다른 표현에 웃는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한 아버지의 삶이지만 해학적인 문장과 표현들이 그 무게를 덜어냈다.
응축된 삶의 단편들은 낯섦과 반가움과 웃음과 슬픔이 교차한다.
가족의 삶으로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글을 보고 이전 책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