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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고,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테스카틀리포카>의 작가란 것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테스카틀리포카>에 관심이 더 있었지만 그 두툼함에 뒤로 밀렸다.
그런데 이 단편집을 읽고 난 지금 다시 관심이 부쩍 생겼다.
물론 단기간에 이 소설을 읽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여덟 편이 실려 있지만 다양한 분위기와 장르를 보여준다.
여덟 편이 모두 개성이 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펼친다.
작가가 바란 “수록작 전부 재밌다고 느낄만한 단편집”이다.
표제작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은 양자 역학을 도입해서 사건을 만든다.
단순할 것 같은 폭발물 처리가 양자얽힘과 이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양자 역학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현실적 대응이 눈길을 끈다.
폭발물 처리반의 멋진 활약을 기대한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젤리 워커>는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전개다.
상상력이 부족한 CG크리에이터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그 작업의 위험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일정 부분 할리우드 괴물 영화의 공식을 따라간 듯한 부분도 있다.
<시빌 라이츠>는 몰락한 야쿠자 세계와 허세를 다룬다.
다 낡은 스쿠터를 도둑 맞았다고 부하의 손가락을 자르라는 중간 보스.
이 손가락 자르기는 칼과 악어거북 둘 중 하나 선택이 가능하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또 다른 반전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원숭이인간 마구라>는 도시전설과 <도구라 마구라>를 엮었다.
사놓고 묵혀두기만 한 <도구라 마구라>의 난해함은 소문이 자자하다.
이 소설의 작가와 마구라라는 단어를 연결해 도시 전설의 사실을 밝힌다.
그냥 흔한 도시 전설이라고 생각한 것이 마지막 한 장면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스마일 헤드>는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 수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화랑을 운영하지만 몰래 연쇄 살인범들의 미술품을 모은다.
가족과 다른 사람은 모르는 자기만의 취미 생활.
원하던 미술품에 대한 소식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
마지막 장면은 수집가들의 비틀린 욕망이 한 문장을 잘 표현되었다.
<보일드 옥토퍼스>는 은퇴 경찰의 노후 생활 중 하나를 보여준다.
열 명의 경찰들 은퇴 후 삶을 사실대로 보여주는 기획이다.
단 한 편이 빠졌는데 그 이유가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과 연재를 할 수 없는 이유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인종 혐오 등은 씁쓸한 현실이다.
<93식>는 전후 피폐했던 사회상과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나온다.
전쟁에 인간성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주인공.
어릴 때 본 아버지의 에도가와 란포 전집과 헌책방에서 발견한 비싼 란포 전집.
이 책을 가지기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의 실체가 마주한 참혹한 현실.
이 파국과 처음에 나온 사건의 연관성은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못>은 비행청소년 야스키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마주한 사건을 다룬다.
한 번 비행청소년은 쉽게 경찰의 마음에서 사그라들지 않는다.
하지만 건실하게 일하고, 현실에 충실한 그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아버지가 이전에 알람으로 사용했다고 한 못을 보고 느낀 불안감.
그 불안감이 현실화된 마지막 장면은 강렬하고 서늘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