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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특수 ㅣ 한국추리문학선 24
홍정기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4월
평점 :
한국추리문학선 24권이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수설정 미스터리 작품집이다.
모두 네 편이 실려 있는데 분량의 편차가 많은 작품집이다.
특수설정 자체도 다양하게 다루었고, 그 나름의 논리를 따라간다.
각각의 트릭은 재미있지만 같은 형사가 계속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쉽다.
특수설정을 한 세계에서 너무 쉽고 가볍게 다루고 대체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귀신이나 좀비나 인공지능 같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설정이 트릭에 좀더 집중하게 하다.
그리고 이 트릭과 함께 인간들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같이 보여준다.
<망령의 살의>는 죽은 영혼들이 나타나는 세계를 그려낸다.
이 설정에서 재밌는 부분은 살해당한 영혼이 살인자를 다시 죽이는 현상이다.
이 살인 이후 둘의 영혼은 승천해서 지상에서 사라진다.
이 망령의 살인은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 주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무당 등의 영능력자가 부적 등으로 귀신들을 물리치는 것도 가능하다.
첫 장면에서 술을 먹은 운전자가 저지르는 참혹한 장난을 보여준다.
이 장난과 연쇄적인 살인은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 형사와 영능력이 사라진 무당이 함께 영혼에 의한 살인을 수사한다.
이 과정에 이 특수설정의 제약이 드러나고, 이 속에서 생긴 트릭도 같이 다룬다.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과 사적 복수의 위험 등이 같이 나와 씁쓸한 맛이 있다.
<팔각관의 살의>란 제목은 자연스럽게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가 생각난다.
그 관 시리즈와 달리 이 미스터리는 살해당한 사람의 영혼이 자신을 죽인 살인자를 추리한다.
육신과 영혼 사이에 수많은 실로 연결되어 있고, 이 실이 모두 끊어지면 저승으로 가야한다.
재벌인 피해자가 자신을 죽인 범인을 추리하면서 이 집안의 문제를 하나씩 드러낸다.
이 집안 사람들의 탐욕과 서로 엇갈리는 감정 등이 하나씩 밝혀진다.
이 과정 속에 용의자는 한 명씩 사라지고, 시간은 더 촉박해진다.
팔각관의 특징과 신소재를 연결해서 만든 트릭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가장 분량이 적지만 함축적인 부분이 있어 집중해야 했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을 드러내는 숫자를 앞에 알려줬다면 마무리가 더 간결했을 것이다.
<죽지 않는 살의>는 좀비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다.
폐가 탐험을 떠난 사람들이 갑자기 좀비로 변한 개의 공격을 받는다.
일행 중 한 명이 이 개에 물리면서 역시 빠르게 좀비로 변한다.
차를 타고 떠나야 하지만 차도 고장나 떠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폐가로 소문난 집에 들어가 좀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아홉 명 중 여덟 명이 이 폐가 속 네 개의 방에서 잠을 잔다.
그런데 오형사와 전작의 무당을 제외한 다른 일행이 모두 좀비가 되거나 죽었다.
이번 이야기에서 무당이 탐정 역할을 하면서 이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밀실로 구성된 곳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는지도.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만들어내는 참극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살의>는 SF요소를 가미한 미스터리다.
승객 열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버스 정거장의 다섯 시민을 죽인 버스의 인공지능.
그런데 다른 쪽에는 더 적은 숫자의 시민이 있었다.
왜 이런 불합리한 판단을 버스의 인공지능은 했을까?
현장에 가서 둘러보는데 이 정거장은 텔레포트 정거장이다.
기술자들을 만나 이 텔레포트 기술의 현재 사항을 듣고, 그 이전에 이상한 물건 하나도 줍는다.
이 놀라운 기술의 혜택은 높은 비용 때문에 부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신기술의 발전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오형사의 치밀한 조사와 추리는 왜 버스의 인공지능이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에 도달한다.
인간의 뒤틀린 마음은 단순히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면서 타인의 목숨을 너무 쉽게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