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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 드롬 / 2026년 1월
평점 :
2024 한국계 작가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한국 카테고리 분류는 장편소설인데 원서로 들어가면 역사로 분류되어 있다.
이 분류를 찾아보게 된 데는 전혀 소설의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꺼운 장편소설을 기대하고 접근한 나의 예상을 너무 쉽게 무너트렸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엄청난 분량의 참고 문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소설적인 상황이나 묘사,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 등이 너무 부족했다.
당연히 소설 같은 가독성은 없었고, 사실적 자료의 나열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읽었다면 최소한 앞부분은 좀더 여유롭게 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로 접근했기에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의 행적이 덜 자극적이었다.
엘렌과 윌리엄이 자신들의 집을 떠나 탈출하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부가 흰 엘렌은 남자 옷을 입고 백인 남성 역할을 한다.
윌리엄은 자신의 고용주에게 부탁한 허가증을 가지고 탈출하려고 한다.
이 부부의 탈출 과정과 그 후의 삶을 작가는 아주 정밀하게 재현했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탈출로 끝이 났을 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행적도 같이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
이전까지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접한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한 내용이다.
특히 엘렌이 백인 자매의 소유물이 되어 살아야 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홍길동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부부가 백인 남성 주인과 그 흑인 노예로 분장해서 탈출한 것은 놀라운 시도다.
물론 이게 가능하게 된 데는 엘렌의 피부가 백인처럼 하얗기 때문이다.
키가 작지만 아픈 환자 역할을 하고,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해도 받고, 위험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남편 윌리엄은 노예들이 타는 칸을 타고 이동했다.
이 과정에 이전에 있었던 노예 탈출의 문제가 위협의 순간이 되기도 했다.
이런 순간에도 그녀가 연기한 아픈 백인 남성이란 역할이 도움이 되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긴장하고, 그 시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탈출이 단순히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간에 도움을 받았고, 북으로 올라왔을 때도 노예폐지론자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탈출 성공기는 노예 폐지 운동에 좋은 선전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탈출이 바로 노예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예사냥꾼의 위협도 있고, 아직 법이 그들을 자유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그 시대의 노예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미국 역사에 정통하지 않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그 시대의 상황을.
그리고 노예제도를 둘러싼 토론 양측이 가진 몇 가지 관습적 인종차별주의적 시각도 지적한다.
이것을 지적한 것은 파커 목사인데 우리의 현실에도 적용 가능하다.
엘렌과 윌리엄 부분의 이동 경로를 보면 결코 짧지 않다.
자신들이 머물 곳을 찾아 정착하려고 해도, 노예제도가 그들을 밀어내었다.
노예제도가 없는 캐나다에 가서도 인종차별을 당한다.
이것은 나중에 영국으로 가서 미국의 노예제도 문제를 알릴 때도 마찬가지다.
해리엇 마티노가 남부의 노예제도 실상을 마주한 장면은 너무나도 낯익다.
그녀에게 남부 신사들이 보여준 남부와 현실의 노예시장은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가족들의 생이별, 위선적인 노예제도 찬성자의 헛소리까지.
이런 자료와 노예제도 폐지를 둘러싼 당시의 논쟁 등이 같이 담겨 있다.
읽다 보면 이런 정보의 수집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지 않고, 그 과정에 있었던 다른 역사적 사실도 같이 끼어 넣었다.
이 풍성한 자료와 사실들은 이 시대를 공부하고, 노예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자료다.
이렇게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가 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사실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