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렛 걸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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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권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는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소설 번역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같은 제목으로 넷플릭스 시리즈가 제작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구성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한다.

현재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애타게 부르는 이름의 여성을 찾는 여정이다.

과거는 ‘시가렛 레이디’인 정야의 삶과 크레텍 사업 이야기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끼어들어 두 인물의 변곡점을 만든다.

아버지 수라야가 왜 정야를 외쳤는지, 그 이면의 역사는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준다.


작가는 세 아들 중 막내인 르바스를 현재의 화자로 내세웠다.

두 형이 크레텍 사업에 열중하는 반면 르바스는 미국 유학가서 영화 등을 공부했다.

귀국 후 첫 영화가 공포영화였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것이 영화 작업의 족쇄가 된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형에게 보내지만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아버지가 외친 정야란 여성을 찾는 일을 형들은 동생에게 맡긴다.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면서 르바스가 조금씩 사실을 알아채는 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시간대를 나누고, 과거와 현재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나간다.

이 과정에 왜곡되어 있고, 잘못 알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흔하게 보고 겪는 잘못된 역사의 전달과도 닮아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크레텍 담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담배 냄새와 연기를 싫어하기에 더 관심이 없다.

크레텍이란 단어는 담배가 타면서 나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타닥타닥이라고 표현한 것을 그들은 크레텍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담배에 정향을 넣어 기침에 좋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맞는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는 수많은 마을의 크레텍 담배 사업가들이 있었다.

네덜란드를 물리친 일제가 들어와 본색을 드러내면서 이 사업을 접은 사업가도 있었다.

정야의 아버지 이드루스 무리아도 이때 크레텍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 루마이사의 사랑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고 익힌다.


루마이사를 두고 무리아의 친구 수자가드가 먼저 청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문자를 몰라 서기인 루마이사 아버지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한 무리아는 시험을 통과하고, 상당히 좋은 사업 능력을 뽐낸다.

그가 성공한 길을 그대로 따라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친구였던 수자가드다.

무리아가 일본군에 끌려가 고생을 했을 때 루마이사에게 청혼을 하기도 했다.

이 둘의 인연과 악연은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충돌을 일으킨다.

정야의 앞에 나타난 수라야의 정체를 처음에는 다르게 오해하기도 했다.

정야가 왜 크레텍의 여인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여기에 사랑과 욕망과 현실의 문제가 엮이면서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사의 흐름 속에 크레텍 담배의 성공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은 크레텍 담배라고 늘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소스 비법을 훔쳤다면 다른 문제다.

성공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을 깨닫는 과정이 세 아들이 정야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역사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크레텍 담배와 잘못된 역사.

열등감에 빠진 남자가 우연히 잡은 성공의 동아줄이 사실은 썩은 동아줄이란 것.

자신이 배운 소스 비법과 행운이 결합해서 만들어낸 거대한 성공과 뒤늦은 회한.

곳곳에 심어져 있는 민간 신앙과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사회문제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재밌고, 놀랍고, 흥미로웠다.

내가 읽으면서 생각한 이미지와 영상은 어떻게 다른 지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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