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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낯선 작가인데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다.
2020년 이전에 출간된 책들은 모두 절판되었다.
이번 책에 나온 단편들이 상당히 매력 있어 검색했다.
개인으로인 문체는 취향을 조금 타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밌다.
화려하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일상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이라면 더 공감할 부분이 많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만남과 거짓말 등은 일상의 진을 빼는 일이다.
이런 일상의 사소하지만 피곤한 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읽으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살짝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11편의 단편이 모두 다른 화자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직장을 무대로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한 탓이다.
첫 단편 <세 번째 고약한 짓>을 읽을 때 두 사람의 미래 관계를 상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풀기 위해 쓸 데 없는 것에 시간과 정신을 쓴다.
엄마의 그릇을 깨트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은 왠지 낯익다.
<생일날>은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와 솔직함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레스피로>는 일상 속에 가라앉아 있던 꿈의 재발견 과정이 천천히 드러난다.
서로를 도와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연작인데 거짓말의 선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해 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조카의 동아리 탈퇴를 도와준 것이 연쇄 작업으로 이어진다.
조카의 동아리 탈퇴나 부장의 조카딸 동아리 고문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특이하다.
읽으면서 단 두 편뿐이란 사실에 아쉬웠고, 작가도 더 쓰는 것이 힘든 것 같다고 느꼈다.
<지나가는 장소에 앉아서>는 지하철역이 휴식 공간이란 설명으로 시작한다.
일상에 지친 자신, 오랫동안 축구를 했던 아들의 축구 중단 이야기.
아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알려는 노력과 지켜보고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의 심령사진>은 제목 그대로 회사 사진에 알 수 없는 중년 여성이 보인다.
단순히 사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녹취하는 파일에 음성까지 담겨 있다.
이 여성의 정체가 밝혀진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식사의 맥락>은 개인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다시 훑어보면서 먹고 싶었던 음식이 마감하거나 식당이 문 닫았던 일이 생각났다.
<추가 나눔의 전말>은 외할아버지가 남긴 168자루의 초록색 볼펜 처분기다.
이 볼펜을 처리하는 과정에 만나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훈훈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만들고 팔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추억에 살짝 빠진다.
<술집에 이천 번이나 가고 난 뒤에>는 정년퇴직을 앞둔 상사의 회식 장소 찾기다.
그 과정에 드러나는 상사의 새로운 모습과 직장의 불편한 인간 관계들.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우리의 사내 분위기와 비교하게 된다.
선입견과 몰랐던 사실 등이 차분하게 스며든다.
<방과 후 시간의 그녀>는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다.
넓이를 공부하는 곳에서 만난 두 소녀. 그러나 다른 학년.
무리에 끼지 못하는 소녀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에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된다.
초반에 살짝 적응을 못했는데 어쩌면 앞에 나온 직장인들은 이미 이 과정을 겪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