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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이다.
오래 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한참 가오리 책을 읽을 때 읽은 다른 소설 제목과 착각한 것 같다.
읽었다면 이 놀라운 가족 구성과 삶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알코올의존증 아내와 동성애자 남편의 결혼 이야기라니.
결혼할 마음이 없는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한 후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 둘만의 삶이라면 큰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단순히 둘 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가족이 끼어들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긴다.
사회적으로 둘 다 불안한 상태에 있다.
남편 무츠키는 곤이라는 남자 연인이 있고, 가족들이 알고 있다.
아내 쇼코는 결혼 얼마 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고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다.
성장한 자식들이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무츠키의 부모는 아들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고 결혼시켰다.
쇼코의 부모는 이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시키지 않았을 결혼이다.
아들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고도 시부모는 손자를 보고 싶다.
아들에게 어머니가 인공수정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시아버지는 쇼코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물은 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로의 가족이 둘의 생활에 끼어들지 않을 때도 이 둘의 생활은 불안한 모습이 있다.
의사인 무츠키가 깨끗하게 관리하는 집.
매일 술을 마시면서 번역을 하는 쇼코.
외형상 남편인 무츠키의 병원에 몰래 찾아가는 쇼코.
명목상 남편이지만 그의 직장 생활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의 동료와 만나고, 그도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의 애인 곤과 동료 의사 카키이 커플도 집으로 초대한다.
동성애자 4명과 한 명의 알코올의존증 여성이 어우러진 파티.
묘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과 풀어지는 긴장감.
이 모습들을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남편의 애인 곤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쇼코.
곤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말해주는 무츠키.
자신이 곤을 만나는 것처럼 쇼코에게도 애인을 만들라고 한다.
상당히 평등한 조건이지만 이것이 쇼코에게는 상처이자 충격이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 은사자를 보면서 무츠키들을 은사자에 비유한다.
무리를 떠나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것을 보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동성애자를 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나빴다.
이것이 구판과 개정판의 호모와 게이란 단어에서도 나타난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세상도 같이 변하고 있다.
쇼코가 앓고 있는 조증과 울증은 상대하기 쉽지 않다.
자기 감정에 휘둘려 물건을 마구 던지고, 울음을 터트린다.
반면에 무츠키가 보여주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모습은 단련된 가면 같다.
이런 둘만의 세계에 끼어든 가족과 친구들.
그들이 생각하고 요구하는 조건과 쇼코 부부가 생각하는 삶의 간극은 크다.
이 간극을 작가는 아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빠르고 경쾌하게 다룬다.
고통과 아픔에 잠식된 삶이 아닌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여백으로 관계를 표현하고, 생략된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에 읽었던 작가의 소설과 느낌도, 분위기도, 문체도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