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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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읽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10년 만의 단편집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투명한 미궁>이 2017년에 출간되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소설을 읽은 것이 <한 남자>였다.

그의 다른 책들이 책장 한 곳에 오랫동안 모셔져 있다.

<장송>처럼 두툼한 책은 왠지 손이 나가지 않는다.

사실 이 소설도 ‘히가시노 게이고’로 이름을 잘못 읽었다.

옛날부터 무슨 이유인지 이 두 작가의 이름을 잘못 보는 경우가 많았다.

뭐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작가라 선택을 주저하는 문제는 없지만 말이다.

물론 글을 읽은 입장에서 속도감의 차이는 아주 크다.

읽는 내내 집중해야 하는 작가는 단연코 히라로 게이치로다.


이번 단편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양자역학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이부키>의 경우는 선택과 다른 두 개의 삶을 교묘하게 엮었다.

무더운 여름 아들을 기다리며 들어간 맥도날드.

커피를 마시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장내시경 이야기.

자신도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잘 하고 검사한다.

검사 결과 용종이 큰 게 하나 있었고 암 0기란 진단을 받았다.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맥도날드가 아닌 팥빙수 가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 기억과 다른 선택에 의한 엇갈린 삶의 미래가 끼어든다.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의 시각도 나오면서 긴장감을 심어준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부키>처럼 <거울과 자화상>도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자란 후 자신이 아버지를 때린다.

성공적인 삶을 바라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데 어느 날 살인을 위해 미술관에 간다.

살인의 목적은 세 사람 이상을 죽여야 사형된다는 공무원의 답변 때문이다.

이곳에서 자화상을 보고,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과 나눈 대화, 자화상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

그가 선생님께 던진 질문과 그 이후 바뀐 미술 선생님의 삶.

비현실적인 공무원의 모습이 현실인가 하는 부분은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다.

과거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그의 삶에 변화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표제작 <후지산>은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남자에 대한 기억을 풀어낸다

가나는 이 데이트 앱을 통해 쓰야마라는 남자를 만난다.

쓰야마는 방송작가이고, 연봉은 가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송작가에 대한 호기심 등이 엮여 그와 만남을 이어간다.

작가는 시간 순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를 오가면서 호기심을 던져놓는다.

헤어진 후 뉴스를 통해 쓰야마의 이름을 듣는데 잔혹한 살인과 엮여 있다.

독자들의 시선을 살짝 한 쪽으로 쏠리게 한 후 그와의 관계가 깨진 이유를 보여준다.

함께 여행을 가다 수신호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보고 내린 가나.

이 가나와 함께 내리지 않고 제대로 된 변명도 하지 않은 쓰야마.

그런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헤어진 선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AI 매칭이 감정적인 부분보다 더 정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은 생각할 거리다.


<손재주가 좋아>는 어린 시절 들었던 칭찬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꾼 이야기다.

분량이 아주 짧은 데 장편(掌篇)소설이다. 

읽고 난 후 호시노 신이치의 쇼트 쇼트 소설이 떠올랐다.

<스트레스 릴레이>는 시애틀에서 얻은 스트레스의 전염기다.

귀국 비행기의 지연, 공항 카페에 있었던 새치기. 인종 차별일까?

피곤한 비행 이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데 점원의 주문 실수로 폭발한다.

이 스트레스는 점원에게 전해지고, 이것은 다시 그 엄마로 전달된다.

스트레스를 폭발하고, 그 스트레스에 감염된 후 전달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 과정 속에 가장 먼저 말해졌던 루시의 존재가 서서히 잊혀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왜 루시가 영웅인지 알려주면서 마무리한다.

무심하게 볼 수 있는 진행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은 현실의 우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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