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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심너울의 첫 번째 탈SF 장편소설이란 문구가 시선을 끈다.
이제까지 내가 읽었던 심너울의 장편들은 모두 SF소설이었다.
그가 다른 장르의 소설을 쓴다고 관심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로야구에 대한 소설이라면 오히려 더 관심을 불러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 스포츠가 야구이기 때문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프로야구를 다룰 때 판타지를 너무 넣어 아쉽다.
최훈의 야구 만화는 다른 느낌이라 좋아하는데 이 소설에 그런 느낌이 조금 있다.
사실 중반까지는 최훈의 만화 향기가 좀 강하게 났다.
중반 이후가 되면서 다른 느낌이 들었고, 결말이 점점 궁금해졌다.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우승권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는 프로야구팀은 어딜까?
현실에서 롯데와 한화가 떠오르는데 올해 한화는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롯데도 찾아보니 아직 10년은 되지 않았다.
작가가 가상의 팀을 만들고, 현실의 팀과 감독 등을 뒤섞었다.
최악의 팀인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여러 팀과 감독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장된 부분도 있는데 어디까지 조사한 것인지 살짝 궁금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세 인물을 야구 선수와 프런트와 그 팀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야구 선수는 14년간 펭귄스에서 백업으로 뛴 정영우
프런트는 미국에서 스포츠 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전략운영팀장 서나리.
스포터즈이자 구단 인턴이자 단장의 딸인 하유미.
14년간 백업이었던 정영우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려고 한다.
긴 세월을 프로선수로 뛰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다.
룸메이트이자 팀 간판인 상훈이 그를 부러워하는 것도 긴 세월을 살아남은 것이다.
실제 프로선수가 되기 힘든 것 이상으로 살아남는 것이 어렵다.
매년 10명 이상의 신인이 들어오면 그 이상의 선수가 방출된다.
유명했던, 유망했던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놀란다.
이런 현실에서 주전이 아니더라도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펭귄스의 팬들에게 이런 선수가 계속 있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지만.
사실 어떤 팀을 응원하다 보면 이런 선수들이 늘 보인다.
정영우에게는 정승우라는 14살 터울의 특급 왼손투수 동생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가 확실하다.
이 대형 유망주를 뽑기 위해서는 시즌 꼴지를 해야 한다.
매일 야구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 머리로 이해는 해도 가슴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펭귄스가 꼴지가 되면 정승우는 형과 함께 같은 팀에서 뛸 수 있다.
사실 형제가 프로선수가 되는 일도, 같은 팀에서 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같은 팀에서 뛰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보면 다음 시즌 드래프트가 기다려진다.
서나리. 미국 휴스턴에서 야구분석을 했던 여성이다.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어한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탱킹으로 좋은 유망주들을 모아야 한다.
야구를 모르는 단장이 이 탱킹을 언론에 말하면서 문제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올 시즌을 망치고, 팀을 리빌딩해서 지속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을 보면 이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구단이 상당히 있다.
물론 작년 우승팀 다저스처럼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선수를 싹쓸이한다고 그 팀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승권에 가장 가까이 갈 수는 있고, 왕조도 이룰 수 있다.
이 목적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서나리가 감독과 팬들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자친구 때문에 야구에 빠졌고, 얼빠란 말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하유미.
그녀는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어 펭귄스의 인턴이 된다.
그런데 그룹에서 좌천된 아버지가 단장으로 내려왔다.
야구의 룰로 모르고, 관심도 없고, 운영에 대해서도 모르는 아빠가.
아빠가 운영의 전권을 서나리에게 주고, 서나리의 이론이 그녀를 매혹시킨다.
야구 과학을 더 배우고,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정영우와 함께 서나리의 수족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이 변수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공감하게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홈팀의 구장에서 한 번이라도 함께 응원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훈의 만화처럼 이 이야기의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