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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24개의 관 ㅣ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2
재닛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2편이다. 전작에서도 유쾌하게 읽었는데 이번엔 더 웃겼다. 읽는 동안 자주 풋! 하고 웃음을 남발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책을 보다 잘 웃지 않는 나를 생각하면 상당한 횟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투덜거리고 아옹다옹 다투는 스테파니와 모렐리 콤비와 새로운 강적으로 등장한 마주르 할머니 등으로 더 즐겁고 유쾌하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레인즈의 활약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거칠고 강하고 왠지 람보를 연상시키는 이 남자에게 은근히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 대충 읽은 저자 소개 글을 보았다. 작가가 이번 소설로 CWA 유머 미스터리 상을 수상하였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다음 권이 실버대거 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보면서 다음 권에 대한 갈증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현재 13편까지 나왔다니 매년 한 편씩만 제대로 번역되어 나와 준다면 앞으로 최소한 11년은 즐겁지 않을까 한다. 기왕이면 2-3년에 걸쳐 다 번역되어 출판된다면 더 없이 기쁘겠지만 출판시장을 생각하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상금 사냥꾼이 된 스테파니는 사실 힘든 사건을 맡지는 않는다. 초보에 여자고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친척인 비니가 비교적 간단한 사건만 배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이 그런 경우다. 쉽게 잡아 경찰에 넘겨주면 될 것처럼 생각했는데 뒤에 숨겨진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또 그녀의 천적이자 매력덩어리 모렐리와 엮이고 티격티격 싸우면서 진행된다. 또 모렐리는 사건의 당사자인 케니 만쿠소와 친척 관계이기도 하다. 엮이고 설키고 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협박과 충돌 등은 재미난 상황과 더불어 즐거움을 준다.
스테파니 플럼을 묘사한 글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넌 뒤쫓고 있는 사람하고 우연히 마주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잡을 능력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그 표현이다. 피를 보면 겁을 내고, 잘린 손가락에 구토를 하려고 하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잘린 발에 기절을 하니 강심장의 소유자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묘한 능력과 주어진 상황들은 언제나 그녀에게 성공을 가져다준다. 이번 성공에 일조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마주르 할머니다. 이 할머니의 행동을 보다 보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움직이는 폭탄 같다. 장례식에서 벌이는 호기심에 찬 행동과 결과는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만 읽는 독자는 즐겁게 한다. 또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녀가 뱉어낸 대사와 한 발의 총격은 놀라운 풍경을 떠올려주지 않는가!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범인을 쫓거나 트릭을 풀거나 하는 재미는 없다. 특별한 능력이나 도구를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을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연결하는 정도뿐이다. 하지만 역시 캐릭터 중심의 소설이다 보니 이 매일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상황이 넘쳐난다. 잘린 손가락을 보고 토하러 가서 토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전남편과 놀아난 여자에게 협박하기 위해 총을 가졌다고 말하는 순간 미장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총을 보여준다거나 가끔 툭툭 뱉어내는 말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치밀하게 짜인 구성에 엄청난 범인 이야기로 긴장감을 주지 않지만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상황과 대사들로 충분히 유쾌하고 즐겁다. 앞으로 펼쳐질 두 콤비와 마주르 할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레인즈의 멋진 활약은 언제 다시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