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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 괴담 이야기란 생각만 했지 커피와 연결하지는 못했다.
하나의 괴담이나 목차의 여섯 괴담 정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런 나의 추측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금방 사라졌다.
커피 괴담은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카페를 순례하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들려주는 모임이다.
이 설정만 놓고 보면 하나의 꼭지에 한 편의 괴담이 나와야 하지만 아니다.
일본의 여섯 지역을 돌고, 그 지역의 여러 카페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괴담을 말할 뿐이다.
어떤 이야기는 괴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것도 있다.
실제 괴담도 그렇게 길지 않아 뭐지? 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조금씩 이 모임에 빠져든다.
처음 커피 괴담이 시작한 곳은 교토다.
일본의 천년 고도. 낯익은 지명과 관광지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들의 흔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처음은 세 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을 다음부터 네 명으로 늘어난다.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 다몬, 음악가 오노에, 다른 친구 미즈시마.
나중에 참석하는 친구는 검사인 구로다다.
단순하게 카페를 돌면서 괴담을 나누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일회성 모임일수도 있지만 계속 이어지고, 서늘한 장면들도 몇 번 나온다.
무더위 속에 시작한 이 모임은 커피만 마시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무너진다.
카페만 돌고 커피만 마신다면 커피 중독자인 나도 어렵다.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로 괴담의 문을 연다.
하지만 이 말이 이야기의 첫 시작점은 아니다.
이미 친구들은 교토, 고베, 도쿄, 오사카 등에서 만나 걷고 있다.
한 지역만 도는 것도, 한 카페만 가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왠지 모르게 작가가 실제 갔다는 그 카페들이 궁금해진다.
후기를 보면 이미 사라진 곳도 있다고 한다.
커피만 마시고, 카페만 돌겠다는 의도는 초기에 무너졌고, 시원한 맥주와 디저트도 먹는다.
그냥 단순한 친목 모임 정도인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검사 구로다가 고민하는 사건의 해결 단초를 제공하고, 도플갱어도 만난다.
괴담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괴담을 다룬 소설이다 보니 짧게 괴담들이 나온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괴담도 있지만 흔한 이야기도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일들에 대한 것들 중 황당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황당함도 살짝 받아들이면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
한 여름 깊은 밤 사람들이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느낌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 속에 한 번씩 무서운 괴담이 공기를 얼린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예민한 인물은 다몬인데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나의 저질 기억력으로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목은 기억하고 있는 데 <달의 뒷면>과 <불연속 세계> 등에 나왔다고 한다.
<불연속 세계>이 소개글을 읽다 보니 이 모임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모양이다.
괴담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있을지도 모르고, 믿느냐 안 믿느냐가 아니라, 모르니까 좋다고 생각하고”
이 문장을 보면서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란 말에 눈길이 간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자신의 안전을 확인시켜준다는 말처럼.
한 괴담으로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는 않지만 소소한 괴담들이 주는 재미가 있다.
버려도 늘 찾아오는 우산이나 다몬이 보게 되는 이상한 현상 등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괴담과 다른 의미의 괴담들도 적지 않게 나와 흥미롭다.
일상의 틈새를 파고 들고, 괴이한 현상을 말하는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가 미스터리와 엮인다.
커피 한 잔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면 또 다른 재미와 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