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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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다. 이름은 여기저기에서 본 적 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라고 하는데 올해는 아니다.

찬쉐의 문학을 말할 때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맞다.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천천히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이런 특성은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름이 아닌 ‘그’나 ‘그녀’ 로 부르면서 순간 누군지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은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파악되지만 독자의 집중을 요구한다.

그리고 공간과 시간이 불분명해서 상황 해석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난해하고 모호한 뒤에 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작가의 초기작이지만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하다고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1986년 발표작인데 이 시기는 중국 문학이 해방되던 때라고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잘 모르는 부분이고, 난해함에는 동의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남녀, 겅산우와 쉬루화.

이 둘은 서로 이웃해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집은 친하지 않고 서로 옆집을 엿볼 뿐이다.

겅산우의 아내는 나무에 거울을 달아 옆집을 엿본다.

쉬루화는 집에 생긴 구멍으로 겅산우의 집을 엿본다.

이 엿보기는 억압적인 정치 상황에서 벌어진 상호 감시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엿보기와 함께 시선을 끄는 인물 둘이 있다.

겅산우의 장인과 쉬루화의 시어머니다.

장인은 집에 와서 물건을 훔치고, 시어머니는 간섭을 하다 병이 난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인 제재를 하지 않는 두 사람.

파편적으로 나오는 두 사람의 과거와 결혼 이야기.

혐오와 증오의 감정, 불륜과 부패를 보여주는 장면.

부부관계에서 사랑은 없고, 삐걱거리거나 분노만 있을 뿐이다.

이런 장면들과 가끔 등장하는 사람들의 기이한 행동은 또 어떤가.

난장판과 다름없는데 연극 같은 느낌도 살짝 있다.


읽다 보면 난해함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허무가 강하게 다가온다.

무슨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나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력하고, 기이한 행동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인간 본성의 추악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과 상황.

딸의 불륜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인.

이 장면들을 보면서 사실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점점 변하는 두 인물의 외모.

천둥이 넘어뜨린 나무 한 그루의 의미는 무엇일까?

왠지 환상과 현실을 뒤섞은 듯한데 어지럽다. 어렵다.

언제 다른 소설을 천천히 읽고 이 소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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