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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언스 웰레스트는 죽지 않아
니콜라스 볼링 지음, 조경실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9세기 초 영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기가 발견되고, 과학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아직 전기를 이용해 발전을 할 기술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아직 과학기술과 연금술이 뒤섞여 있던 시기였다.
해부학을 위해 몰래 시체를 도굴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교회 뒤편 묘지에 머물던 묘지기를 통해 그 시절의 일부를 보여준다
첫 문장의 강렬함은 수많은 상상을 불러온다.
열다섯 소년이 무덤을 판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약간 기대와 달랐지만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인물은 두 명이다.
묘지기 소년 네드와 몰락한 지방 영주의 딸 비드.
네드는 열다섯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홀로 묘지를 판다.
마을의 노부인 묘지인데 밤 사이에 다른 묘지가 파헤쳐졌다.
목사는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제대로 묘지를 관리하지 않았다고 네드의 할아버지를 협박한다.
파헤쳐진 묘지를 덮고, 새로운 시신을 매장한다.
이때 한 소녀가 등장해 네드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몰락한 웰레스트 가문의 딸인 오비디언스다. 애칭으로 비드로 불린다.
비드의 공손한 말과 외모는 네드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비드의 아버지는 딸을 부잣집 아들인 피니어스와 결혼시키려고 한다.
피니어스는 코가 망가져 금속으로 된 코를 달고 다닌다.
그의 아버지와 비드의 아버지가 아는 사이고, 서로 바라는 바가 있다.
아버지는 딸이 이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피니어스는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데 비드 집안의 몰락과 관계 있다.
사실 웰레스트 집안이 몰락한 것은 200년 전 선조가 연금술 등에 막대한 부를 쓴 탓이다.
비드는 전혀 피니어스와 결혼할 마음이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니어스가 진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당연히 부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상황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명의 화자, 네 명의 인물이 뒤섞인 이야기.
네드의 파리 모스카는 정말 네드의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네드와 함께하면서 알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밀 하나가 숨겨져 있다.
악당인 피니어스는 착한 구혼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정체가 금방 드러난다.
가장 기묘한 인물이라면 네드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수준을 넘어선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목사나 마을 주민들에게 항상 저자세를 유지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네드를 가르치고 기원을 알 수 없는 금화를 가지고 있다.
가장 수상한 점은 네드가 사온 동물의 간을 먹고 혈색이 돌아온 것이다.
네드의 집에 들어와 난장을 피우고 열쇠 꾸러미를 훔친 도둑이 등장한다.
네드가 이들의 뒤를 따라가지만 어린 소년이 막기는 역부족이다.
다만 이들의 인상을 기억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말할 뿐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다양한 사실들이 드러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가 의도적인 숨김과 그 비밀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천천히 비밀의 일부를 흘리면서 반전을 예상하게 한다.
소년소녀가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 노력은 경험의 부족으로, 힘 차이로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그렇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변수를 만들고, 탐욕이 파멸을 불러온다.
흔한 권선징악 같지만 서로 다른 욕망을 교차하고, 다른 의도로 상황을 구분한다.
시원시원한 전개는 아니지만 고전 고딕을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