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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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읽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다.

그의 출간된 책을 검색하니 대부분 2020년 이전에 읽었다.

집을 뒤지면 한두 권 정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만에 읽은 이 책은 작가 이름보다 띠지의 문구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본 천만 관객 돌파!” “100만 부 이상 판매된”이란 홍보 문구.

그리고 나중에 발견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이름.

일본에서 잊혀 가는 가부키 문화를 다룬다는 사실에 또 다른 흥미가 생겼다.

방송이나 드라마 속에서 본 가부키를 생각하면 약간 의외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내 기대를 뒤집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가부키 스타의 청춘 시절을 다룰 것이라고 무작정 생각했다.

국보와 청춘이란 단어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이런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1960년대 새해 정월 요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야쿠자들이 모여 새해 인사 등을 하고, 이 자리에 유명한 카부키 배우가 참석한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야쿠자들은 술을 마시면서 즐거워한다.

막간극이 펼쳐지는데 여장을 한 소년 배우가 멋진 연기를 펼친다.

야쿠자 보스의 아들인 타치바나 키쿠오와 비슷한 나이의 소년이다.

아직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둘이 멋진 공연을 보여준 뒤 즐거워한다.

이때 반대파가 타치바나 파를 공격하고, 이 공격 중에 보스 곤고로가 죽는다.

실제 누가 죽였는지 보여주는데 후편에서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보스의 죽음 이후 타치바나 파는 점점 세력을 잃어간다.

보스의 복수도 하지 못한다고 주변 야쿠자가 놀리는 일까지 일어난다.

키쿠오는 반대파 보스를 학교에서 죽이려고 하다 실패한다.

그리고 키쿠오가 나가사키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사는 조건으로 유야무야된다.

이 이면에 깔린 비밀과 각자의 의도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키쿠오가 가게 된 곳은 그 날 그곳에 온 하나이 한지로의 집이다.

뛰어난 가부키 배우인 한지로는 넓은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키쿠오는 한지로의 배려로 카부키를 배우게 된다.

그날 그 곳에서 보여준 키쿠오의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과장된 화장과 남자가 여성 역할을 하고, 느리기만 하다고 생각한 가부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가부키는 나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동작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행동도 절제와 화려함이 담겨 있다.

노래의 음을 정확하게 내려는 연습, 연습, 연습.

몸의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동작과 선.

문외한이 보기에 그냥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가부키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가부키가 일본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젊은 배우가 이슈가 되어 반짝 성공을 이루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부키 세계와 허세로 가득한 그 세계의 현실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이 허세와 이 문화의 문제점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가부키. 좋아하는 사람만 보는 가부키.

매니아의 시선은 젊은 배우들의 미숙한 동작을 금방 알아챈다.

가부키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돈을 빌려서 무대를 연다.

이 과정 속에 2대 한지로의 후계 문제가 생기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다.

그리고 고도 성장기의 일본이 가진 풍요가 다른 방식으로 흘러나온다.

점점 사그라지는 가부키 흥행, 가부키 내부에서 벌어지는 알력.

성장의 한계를 보이는 듯한 키쿠오. 하지만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시대 분위기 속에 한 카부키 배우의 성장과 좌절 등을 천천히 풀어낸다.

기존과 다른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것도 재밌다.

후편에서 서로 다른 길에 있던 키쿠오와 슌스케의 대결을 어떻게 다룰지도 궁금하다.

또 하나 아직 정확하게 해결되지 않는 곤고로 죽음에 대한 비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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