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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물의 탑 ㅣ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평점 :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2권이다.
시리즈 첫 권 <검은 얼굴의 여우>를 재밌게 읽어 선택했다.
전작이 탄광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와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전보다 쉽게 이해되는 이야기와 전개도 이 시리즈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나의 기대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히려 미스터리 요소보다 호러 요소를 더 강하게 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에 고가사키 등대로 오는 과정에 하야타가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는 너무 길었다.
처음에는 그를 죄어오는 알 수 없는 존재의 공포가 대단했다.
하지만 너무 길어지면서 조금 질린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 자신이 만든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 순으로 보면 왠지 <붉은 옷의 어둠>이 더 앞선 것 같다.
이 소설 중간에 도쿄에서 경험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이 소설을 읽게 되면 정확해지겠지만 이런 순서는 상당히 재밌다.
사실 전작의 기억이 희미해 하야타의 만주 건국대학 이야기가 이번처럼 많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가 왜 이 학교에 가게 되었는지,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의 삶은 어땠는지 등도 나온다.
등대로 가게 된 데는 등대가 해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 재건이라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태평양 전쟁이 불러온 참상은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대가 등대이다 보니 작가의 충실한 자료 조사는 등대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등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작은 새로운 등대지기가 된 하야타가 경험한 일을 간단하게 말한다.
그리고 다른 등대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 등대가 수상하다.
배로 가면 금방 갈 수 있는데 어부들이 그를 태워주려고 하지 않는다.
등대로 가는 길은 깊은 숲을 지나야 하고, 생각보다 거리가 있다.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그는 홀로 길을 나선다.
계약한 짐꾼이 제때 나타나지 않아 임무 교대에 대한 압박이 생겼다.
많지 않은 짐이지만 숲을 통과해 등대로 가는데 중간에 길을 잃는다.
길만 잃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계약한 짐꾼일까? 아니면 숲에 사는 동물일까?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과 걱정 등이 계속 그를 압박한다.
그러다 발견한 불빛. 마을에서 가지 말라고 한 하얀 집이다.
하얀 집에서의 하룻밤, 무서운 하얀 가면, 시라몬코라는 괴물 이야기.
목욕물을 데워주고 그의 등을 밀어주는 소녀 하쿠호.
뭔가 끈적거리는 느낌이 생기고, 새벽에는 기이한 일도 일어난다.
다시 등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 덤불 속에서 길을 잃는다.
이때 하얀 집에서 받은 부적이 그를 덤불을 벗어나게 한다.
한번 잘못 든 길은 그에게 힘든 여정을 계속 강요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등대, 등대에 있어야 할 직원과 그 가족들이 없다.
멀리서 이 등대를 보고 느꼈던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들이 살아난다.
등대를 모두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왜일까?
그러다 등대의 불빛이 들어오고, 등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후 펼쳐지는 일본 등대의 역사와 수많은 등대 이야기.
해외 등대에서 발생한 기이한 사건, 사고들.
특히 이 하얀 등대를 둘러싼 시라몬코 이야기는 공포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하얀 무언가를 본 등대지기들, 그것에 홀린 듯한 행동을 한다.
이 마을의 전설과 과거가 뒤섞이면서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 과정에 이성보다 환상과 공포가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성으로 사건의 본질을 파고들기 보다 그 환상과 공포를 더 강화한다.
읽다 보면 한두 가지는 짐작이 가능하지만 전체 그림은 쉽게 그리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마무리는 취향에서 벗어나 있다.
이전의 다른 호러와 닮은 꼴이고, 공포의 늪에 빠져 너무 허우적거리는 듯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