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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피싱
조진연 지음 / 북오션 / 2025년 11월
평점 :
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간혹 보이스피싱 전화나 문자를 받았었다.
이 피싱에 걸리지 않은 것은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사용한 방법을 이미 다른 곳에서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좋았는데 아닌 사람들의 사연은 언제나 뉴스를 가득 채웠다.
자신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한다면 그것은 똑똑해서가 아니다.
나처럼 운이 좋거나 아직 그들이 그를 대상으로 제대로 작업하지 않은 것이다.
다단계 판매,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사기 사건들을 생각하면 좀더 이해가 쉽다.
다른 차이라면 보이스피싱의 대부분이 공포와 절박함을 이용한 것이란 점이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불안과 공포에 빠진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소설은 보이스피싱 회사를 내세워 그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초기 보이스피싱은 조선족의 목소리가 많았다.
들으면 바로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 정도인 경우도 많았다.
개그의 소재로 이들이 소비되는 것도 이런 말투와 어색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이스피싱의 수준이 올라갔고, 더 세밀해졌다.
고객정보를 가지고 파고드는 그들의 수법은 쉽게 대처하기 힘들다.
만약 소설 속 주인공 이선경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더 힘들 것이다.
월급 대신 이선경은 매뉴얼을 만들고, 이 매뉴얼 실적의 5%를 받기로 한다.
단순히 전화를 돌릴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실제 그녀의 매뉴얼은 보이스피싱업체 정수식품의 실적을 엄청나게 높여준다.
문제는 그 매뉴얼을 제대로 활용하는 직원의 능력 부족이다.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콜센터를 항상 감시하는 이선경.
자신의 매뉴얼을 벗어난 대사는 바로 차단한다.
공포와 절박함에 빠진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에 낚여 입금한다.
출금책은 바로 돈을 빼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피해자는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로 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정수식품의 실적이 늘어나지만 이선경에게 제대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 이사는 이선경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그녀의 반감을 키운다.
이 폭력과 계약 위반은 이선경의 반발과 경찰 제보로 이어진다.
이후 이선경은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보이스피싱 업체 하나 리서치를 세운다.
하나 리서치를 세운 이선경은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좀처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일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직원 선발과 보이스피싱에 필요한 매뉴얼 작업까지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그리고 팀이 만들어졌을 때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보여준다.
하나 리서치의 진짜 목적은 정수식품이 숨겨둔 돈을 빼앗는 것이다.
각 단계를 정하고, 고객 정보와 해킹한 폰을 통해 차근차근 작업한다.
놀라운 성과가 발생하고, 한 건 할 때마다 직원들은 수익의 반을 가져간다.
이 과정에 어떤 자료와 방법을 통해 작업하는지도 보여준다.
이것을 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힘들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현실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작은 희망, 절박감,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공포가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해진 것은 각 개인의 정보가 이미 털렸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업체가 개인정보를 모두 가지고 다가오니 사람들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보이스피싱의 기초가 개인정보라는 것도 알려준다.
최근 통신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보이스피싱 업체가 해외에서 활약하면서 법을 피하는 것도 문제다.
정수식품 본사가 중국이란 것은 최근 캄보디아 사건과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