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위키사전에서 닐 게이먼의 소설이라는 것과 이전에 BBC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글을 읽었다.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사전에 없는 것을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소설 속 공간이 바로 실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런던의 지하세계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공간이 바로 이 소설의 주 무대인 것이다. 상상력이 지닌 매력을 마음껏 나타내었다는 의미도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땅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산의 동굴 끝에는 누군가 살고 있을까? 쥘 베른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더욱 이런 상상에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여기에 한 명 더 보태자. 닐 게이먼. 이 소설의 공간이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곳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고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하수도에 사는 괴수들은 이전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진 것들이고, 문을 열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다른 소설가들에서 이미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을 이렇게 잘 포장하고 새롭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원작을 누가 감독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완전히 달라지듯이 말이다.

 

런던의 증권맨 리처드는 아름다운 애인과 좋은 직장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가 나타나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소녀의 이름은 도어(DOOR)다. 이름 그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을 열 수 있다. 두 악당 크루프와 벤더마 형제에게 좇기고 있는 상태다. 그녀를 도와준 결과는 약혼녀는 떠나고, 자신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괴상한 존재가 되었다. 한 번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었다 받은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여기서부터 그는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데 초짜의 기운을 팍팍 풍겨낸다. 그리고 괴상하고 위험하고 무시무시하면서 매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읽는 즐거움을 준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문을 뜻하는 도어부터 사기꾼 같은 카라바스 후작 등이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역시 악당 크루프와 벤더마 형제다. 잔혹하며 파괴적인 광기에 휩싸인 듯한 이 형제가 약간이라도 긴장감이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 리처드와 도어를 쫓아 사건을 기대하게 만들고, 탁월한 암살 능력과 불안한 정신력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너무 강한 인상 탓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본 영향 탓인지 그들이 다음 작품에서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고 10년이 되었지만 속편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이 악당들을 더 볼 수 없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혼합하여 진행하는데 미스터리는 조금 약하다. 범인에 대한 것을 조금 지난 후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터리보다 매혹적인 세계가 펼쳐지면서 나의 발밑에 혹시 다른 세계가 있어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런던의 지하에서 펼쳐지는 시장을 보면서 갑자기 떠오른 것은 일본소설 ‘야시’인데 뭔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특성이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만약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들고 본다거나 런던에 대한 지식이 조금 더 있다면 아마 지하세계에 대한 실체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지하세계로 간 리처드가 자신이 살았던 지상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교하는 모양이다. 두 악당 형제가 보여주는 잔혹한 몇 장면을 생각하면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싶어진다. 표지에 나오는 귀여운 남녀와 두 남자를 생각하면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모두 읽고 난 지금 그 인물 하나하나를 보면서 소설 속 인물과 비교하는 재미를 가진다. 그리고는 역시 원작의 인물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아! 라고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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