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다면 어떻게 다가올까?

이웃 마을 전쟁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11월

곤혹스럽고 상당히 특이한 소설이다. 실체가 없는 전쟁과 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가 현실이라는 틀을 넘어 다가오기엔 좀 복잡하다. 단 한 번도 전투장면이 없고, 죽은 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없다. 총성도 없고, 죽음에 대한 공포나 전쟁에서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광기조차 없다. 이 없는 것투성이 전쟁에서 독자는 숨겨진 수많은 의미와 행간을 읽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 기타하라 슈지는 이웃 마을과의 전쟁을 ‘홍보 마이사카’라는 정보지를 통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전쟁의 시작과 종전 날짜를 알리는 글만으로 그 전쟁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보통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읍사무소에서 전시 특별 정찰 업무 종사자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임명장을 받지만 그가 하는 정찰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찰병이나 스파이 등과는 완전히 다르다. 평소처럼 출퇴근하면서 본 것을 기록하는 정도뿐이다. 이후 또 다른 임무를 받지만 긴장감을 불러오는 특별한 사건들은 거의 없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전쟁은 이 소설 속에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입력된 전쟁의 모습이 없다고 하여도 분명 전투는 벌어진다. ‘홍보 마이사카’에 전사자 숫자가 늘어난 것이나 읍에 만들어진 전쟁을 위한 조직을 보면 알 수 있다. 알 수는 있지만 그 실체를 좀처럼 경험할 수 없다. 슈지가 일상의 삶을 반복하지만 피부로도 감성적으로도 느끼지 못한다. 화자가 느끼지 못하는 전쟁을 독자가 쉽게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생각하면 풍자로 읽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풍자로 여겨지는 대목은 역시 관공서에서 추진하는 전쟁이라는 것과 이 전쟁에 대해 일말의 의문이나 의심을 가지지 않고 자신들의 피해 보상에 신경을 쓰는 읍민들에게서 잘 느껴진다. 이웃 마을이라는 적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약속된 전투만 벌어지고, 전쟁의 시간도 정해져 있다. 어쩌면 모의 전쟁이거나 이벤트 성격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지만 죽은 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전투가 벌어지기는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간다. 전쟁의 의해 발생하는 투자 효과가 2.5배라는 말이나 지방 중소기업의 진흥, 주민들의 귀속의식 강화 등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특이한 소설에서도 특이한 두 인물이 있다. 한 명은 공무원 고사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주임이다. 주임에 대한 전설이나 소문을 듣다보면 상당히 특이한 경력을 가졌음을 알게 되고, 그가 내뱉는 말들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얼굴은 언제나 평온한 모습이다. 공무원 고사이의 경우 경직되고 무표정한 공무원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업무 방침에 의해 슈지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이나 자기 동생의 전쟁 참여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 두 특이한 인물들이 있기에 약간은 지루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글에서 흥미를 느끼게 된다.

독특한 구성과 전개로 흥미를 불러오지만 재미까지 느끼기엔 나의 깊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약간은 건조한 문장과 긴장감을 불러오는 사건이 없다보니 약간은 늘어지는 듯하다. 소리 없고 실체가 없는 전쟁이지만 분명히 벌어지고, 화자에게 슬며시 다가오는 것을 보면 현대에 대한 풍자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속에 담긴 깊이와 시선을 모두 읽어내기에는 나의 내공이 부족하다. 또 다른 시각으로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