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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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본명으로 출간된 소설들이 있다.

책소개를 보고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고민, 좋은 기억, 도전 의식 등이 뒤섞여 선택했다.

이 선택은 책을 펼쳐 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 그대로였음을 알려주었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닮았다는 부분은 매력적이다.

몇 년 전에 그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살짝 지나가기도 했다.

물론 시간의 흐름 속에 이 고전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다.

 ‘구멍’이란 설정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평행우주나 이세계 등으로 진입하는 것도 모두 구멍이었지 않은가.

판타지 소설의 모험을 살짝 기대했지만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다.


주인공 유소는 좌측 경동맥 폐쇄 및 협착과 일과성 뇌허혈증을 앓고 있다.

실제 작가도 이 병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이 병을 진단받은 후 자신이 호흡하는 세계와 이별할 결심을 한다.

이때 중학생 시절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고유상에게 전화가 온다.

자신의 집에 오라고, 보여줄 것이 있다고.

이 병이 아니었다면 그 집에 갈 이유도,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약속된 날 차를 몰고 아파트에 들어간다.

그런데 집안에 그 어떤 집기나 물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고유상은 집안 물건들을 구멍 속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구멍을 유소가 가져가길 바라고 자신은 그 구멍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집안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증거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있다면 고유상이 사라진 구멍이 있을 뿐이다.

재밌는 것은 이 구멍을 피자 박스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에 실고 가다가 두통과 현기증에 차를 멈추어 세운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책과 바나나를 구멍 속에 넣는다.

이런 모습을 지나가던 라이딩 아저씨가 보고 있었다.

그 구멍 속에 다리를 넣고, “그것은 입구이자 출구다.”라고 쉽게 생각한다.

입구로 들어간 후 나중에 출구를 찾으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고유상이 구멍 속에서 경험한 것을 짧게 보여준 것과 비교해야 한다.


구멍 속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일들은 일상의 연속이다.

고유상이 구멍 속에서 마주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구멍 속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상한 경험을 한 것은 한 폐가에서다.

이 폐가에서 한 흰 선과 만나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가 존재하는 건 내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야.”

흰 선이 한 말인데 이후 펼쳐지는 상황 모두는 이것의 연장이자 확장이다.

친구 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검색하고, 희성이 해 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희성이 당한 성희롱 등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원망한다.


이 기억과 경험은 나중에 다른 천장 위 사람을 만났을 때 변한다.

구멍 속의 세계에서 꿈의 세계로의 진입이 이루어진다.

이 진입은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과 이어져 있다.

천장에서 내려와야 하는데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

긴 세월이 흘러가고, 내려온 후 구멍 찾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구멍 찾기 여행은 간결하게 표현되는데 결코 화려한 시간들이 아니다.

현실에 바탕을 둔 채 돈을 벌면서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한다.

힘든 현실을 벗어난 구멍 속 세계도 현실의 또 다른 변주일 뿐이다.

유소가 본 유상의 행동과 서로 다른 구멍 속 세계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리고 시간의 상대성과 구멍의 존재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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