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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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화려한 이력은 책 소개글에 도배하듯이 나온다.

세계 문학 고전을 오래 전부터 읽어왔지만 이 책은 이제야 읽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결코 쉽지 않았다.

오래 전 <올랜드>를 영화처럼 쉽게 읽힐 것이라고 착각한 것처럼.

단편이나 수필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소설로 넘어오면 쉽지 않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와 장면의 비약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깨트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가들의 소설은 늘 읽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되는 것은 유명하고,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192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룻동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은 꽃을 사기 위해 집밖으로 나간다.

상쾌한 아침의 풍경은 잠깐 과거 친구 피터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처음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간 대목인데 다시 읽으니 피터의 등장을 암시하는 듯하다.

꽃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친구와 풍경은 과거 속으로 잠시 빠져들게 한다.

이 기억들, 추억들, 잠시 스쳐간 사람들과 이때 연상되는 기억들.

이 의식의 흐름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서로 교차한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아침의 일이지만 글로 표현되면서 복잡해진다.


클라리사의 시선이 끝난 곳에서 다른 등장인물이 나타난다.

그 중 한 명이 셉티머스와 그의 아내 루크레지아다.

개인적으로 셉티머스의 사연은 읽으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1차 대전 후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그의 내면과 심리는 파괴된 상태다.

그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당시 의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그가 겪은 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장에 돌아온 수많은 병사들이 겪을 일에 대해 알고 있다.

의사들의 잘못된 접근법과 그의 불안은 어느 순간 최악으로 치닫게 한다.

해석에서 셉티머스와 작가를 연결한 부분도 보인다.


인도에서 돌아온 피터. 그는 클라리사의 옛사랑이었다.

그가 클라리사를 만나고 길을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감상들은 또 다른 분위기다.

인도에서 한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피터.

그가 가진 사고와 살아왔던 삶은 클라리사와 연결되어 있다.

미녀는 아니지만 매력적이었던 클라리사.

안정적인 삶을 원해 리처드와 결혼한 클라리사.

재밌는 대목 중 하나는 리처드가 꽃을 살 때 클라리사에게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왠지 낯익은 모습이고 상황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하루 동안 클라리사는 파티를 준비하고, 주변 사람들은 돌아다니고, 생각한다.

딸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바라는 일이 있지만 게으른 듯하다.

그녀의 역사 가정 교사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일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궁핍한 삶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도 버겁다.

각 상황과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생각들. 감정들.

그 시절 상류층 여성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위치와 계급성.

친구보다 적이 더 필요하다 생각하는 클라리사.

성공적인 파티는 자신의 위치와 남편의 성공 등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과거의 친구들. 그들의 현재.

떠날 때 피터가 느끼는 황홀경과 클라리사의 존재.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감상과 이미지의 파편들이 언젠가 한 조각씩 맞추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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