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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 ㅣ 카콜의 어반 스케치
카콜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5년 7월
평점 :
솔직히 말해 카콜이 누군지 몰랐다.
책을 다 읽고 검색하니 여행 스케치 작가로 인터뷰한 글이 보인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 여행 이야기와 스케치가 같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행의 감상보다 스케치 방식 등에 더 집중한다.
나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작품을 보면서 놀랐다.
너무 단순하고 섬세한 부분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그림마다 사용한 도구와 작업 시간들을 표기해서 좋았다.
내가 그린다면 그 몇 배의 시간을 사용해도 그릴 수 없지만.
작가는 스케치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물들을 먼저 알려준다.
다양한 여행 노트와 필통 속 재료들과 가방 속 도구들.
이 중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노트도, 펜도 아닌 접이식 의자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려고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실제 그의 작업물을 보면서 접이식 의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용도의 펜들을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닫는다.
여행 노트도 역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소개하고 있다.
나처럼 대충 짐을 싸고,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 하는 사람에게는 신기한 일이다.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를 읽다 보면 다른 시각의 여행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사진 찍거나 짧은 감상만 남기는 나의 여행과 달리 그는 그 인상을 스케치로 남긴다.
비행기, 공항, 기내 풍경을 거쳐 거리와 인물, 건물로 넘어간다.
여행에서 가게 되는 카페 실내와 다양한 소품을 그린다.
자연 풍경과 나무나 수풀은 그린 것은 또 어떤가.
음식마저도 그리면서 여행의 인상과 기억을 강하게 되살린다.
개인적으로 건물 하나만 그린 것과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장소나 사람을 사진처럼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쉽게 느껴졌지만 뒤로 가면서 여행을 깊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일이 줄고 타자만 치는 삶이 되었다.
그렇게 좋은 글씨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더 엉망이 되었다.
작가가 그리는 방식을 보면서 이 엉망인 손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상당 시간 연습한다면 이 작가처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스케치하는 방식을 보면서 다른 시선으로 사물들을 보았다.
섬세한 듯하지만 많은 부분이 생략된 것 같은 그림들 때문이다.
명암을 넣는 방식이나 윤기 등을 표현하는 방법도 배울 점이 많다.
단순히 가지고 간 노트에만 그리지 않고 종이컵에도 그렸다.
이런 다양함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여행의 재미를 전달한다.
이렇게 그림으로 그린다면 그냥 무심하게 보고 지나갈 것을 좀더 오랫동안 섬세하게 볼 것이다.
왠지 모르게 얼마 전 여행 에세이에서 아이패드에 아이가 그린 그림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