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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저승길로 ㅣ 로컬은 재미있다
배명은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이 작가의 소설을 앤솔로지에서라도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낯익은 책제목과 생각보다 많은 앤솔로지를 생각하면 의외다.
이 책에 관심을 둔 것도 낯익은 제목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를 다루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판타지라고 하지만 화려함보다 좀더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승과 저승이 이어진 상태에서 공생을 꿈꾸는 것도 재밌다.
기발한 발상과 서늘한 공포가 공존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따뜻한 인간애와 삶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출판사에서 일했던 운영은 갑자기 우울에 빠져 퇴사한다.
퇴사한 후 고민하던 그녀에게 아버지가 할머니 집을 넘겨준다.
아버지와 자신의 추억이 묻어 있는 이곳을 카페로 개조한다.
카페 이름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운영은 자신의 모든 자산을 갈아 넣지 않기 위해 많은 부분 자신이 인테리어를 한다.
남자 사람 친구 현준은 그녀의 셀프 인테리어를 가장 많이 도와준다.
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문 하나. 위험했던 순간.
그리고 통로를 만들기 위해 무너트린 담장.
그런데 이 담장이 저승과 이승의 길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사라졌다.
사라진 담장은 저승의 사람들이 이승으로 넘어오는 것을 쉽게 한다.
이승의 사람이 저승길로 넘어가도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저승길을 믿는 것은 쉽지 않다.
운영은 이 괴이한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잘못된 저승길 때문에 며칠을 헤맨 적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따뜻하게 대하는 사천왕과 저승길 상인회 덕분에 생각을 바꾼다.
이승과 저승의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획을 한다.
서로 다른 돈을 교환하기 위해 귀신을 보는 환전상 쑤를 이 기획에 끌어들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씩 펼쳐진다.
운영의 사연 이후 나오는 세 개의 사연은 잔혹한 현실과 판타지를 다룬다.
성희의 잔혹한 현실은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시작했다.
자신을 지탱하던 어머니의 죽음, 장례식장에 나타난 바람난 아버지.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와의 불편한 동거.
잠시 동안 평온했던 가정은 아버지의 탐욕으로 바뀐다.
불치병에 걸려 죽기만 기다리던 그가 생존의 희망을 본 후 본색을 드러낸다.
예상된 잔혹한 현실은 더 심하게 다가온다.
이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성희의 노력이 운영에게 닿았다.
이제 운영과 사천왕이 성희를 도와야 할 시간이다.
이 사건 이후에도 기묘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기묘한 상황에서 저승길 사람들은 특별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개입된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잔혹한 장면과 인간의 욕망이 엮이고, 미안함에 사로잡힌다.
경계가 무너진 곳에서는 귀신과 인간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 세계를 오가면서 일하는 운영은 피로에 절어 있다.
이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사천왕 중 한 명이 할 일이다.
삶의 중요한 방향성 하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
그리고 이런 위로의 말들과 그녀의 노력이 그녀를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