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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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다.

그의 유언에 따라 법정의 모든 책을 절판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이 나온 후 한때 법정 스님의 모든 책들이 품귀 현상을 불어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법정의 이름으로 책들이 계속 나온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너무 힘든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 입장에서도 너무 좋은 글들이다.

나 자신도 그의 책이 나오면 절판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눈길이 간다.

그리고 이번 책처럼 법정의 글 중 일부를 엄선한 선집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글들에 대한 출처가 책 끝에 나온다.

읽은 책도 보이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은 더 많다.

출처에 관심이 간 것은 책 내용 중 일부에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저질 기억력을 생각하면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특히 마지막 ‘무소유’는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더 그랬다.

문고판 <무소유>를 들고 다니면서 읽다 어딘가에 놓고 내렸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 기억은 평생 나와 함께 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소유욕에 대한 반성을 다시 하게 한다.

조금씩 내려 놓고 있지만 아직 그 끈을 완전히 내려 놓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침묵. 언제부터인가 침묵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 수많은 정보들이 나를 자극한다.

이 자극에 너무 쉽게 무너지는 나 자신을 이번에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조급함이 나를 채찍질한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문장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보통 충고하는 말에 더해 진 ‘마음의 주인’이란 단어가 묵직하다.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가 떠오르는 해석이다.

마음의 중심을 놓치고, 사람과의 관계에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점점 나의 마음이 뾰족해지는 것을 발견하는 요즘 새겨둬야 한다.


책 곳곳에 줄 치고 싶은 문장들이 나온다.

처음에 이 문장만 하다가 다음 문장에서 나의 아집이 깨어진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더해진 사유들 때문이다.

흐르는 물로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모두 다르다.

같다고 생각하고 과거에 집착하면 아집에 빠지고, 현재를 놓친다.

흔한 말로 옛날과 똑같다는 표현은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

변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또 돌아봐야할 내 모습이다.

곁에 두고 자주, 혹은 가끔이라도 펼쳐 읽으면서 나를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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