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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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시리즈 중 한 권이다.

1999년에 이 시리즈가 출간된 적이 있다.

다시 나왔는데 선택을 할 때 약간 주저한 부분이 있다.

장르 소설을 제외한 현대 프랑스 소설을 힘들게 읽었던 기억들 때문이다.

용기를 내어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독서법과 맞지 않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상황보다 심리, 현재보다 과거, 의식의 흐름 등이 취향을 너무 탔다.

작가가 풀어가는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몰입하지 못한 탓이다.

다른 소설보다 좀더 집중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소설은 빅토르의 장례식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다.

크리스틴은 10년 동안 빅토르를 사랑했지만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녀는 이 시기 동안 스물일곱 명의 애인이 있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스물일곱 번은 ‘빅토르에게 싫증 낸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결국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빅토르 뿐이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유족 등을 만나면서 그와 그녀의 과거가 흘러나온다.

사십 대에 죽은 빅토르,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님들, 그의 친구들.

기억과 상황들이 조금씩 풀려나오고, 현재 애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녀의 현재 애인 아쉴은 부자이지만 왠지 조금 어긋나 있는 듯하다.

애인의 밍크 옷을 사주면서 보여준 장면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녀가 역겨운 노인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빅토르는 그녀에게 그와 결혼하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들이대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아쉴의 모습은 곳곳에 나온다.

이런 그를 제지하거나 화를 내는 장면이 없는 것도 조금 특이하다.

그녀가 가진 감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다른 스물여섯 명의 애인들은 또 어떤 인물들이었을까?


크리스틴은 할머니의 사고 때문에 대입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작은 단편 한 편을 쓴 적이 있다.

이 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내 머릿속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읽다 보면 빅토르와 크리스틴이 잠시 관계를 맺으려고 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빅토르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고, 순간적으로 둘은 서먹하다.

육체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크리스틴의 마음은 늘 빅토르에게 가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스물일곱 명의 애인이었고, 종착지는 빅토르였다.

빅토르가 있었기에 크리스틴은 수많은 애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빅토르가 죽었다. 그녀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그녀의 미래와 선택은 알 수 없지만 상실의 고통은 영원히 그녀 속에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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