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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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무대가 되는 춘하시는 춘천과 많이 닮아 있다.

서울 토박이 연재가 전 재산을 털어 산 호숫가 앞 2층 펜션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한다.

이름을 소풍으로 지었는데 홍보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전단지를 붙이러 갔다가 유아차를 끌고 나온 혜진을 처음 만난다.

한 달은 무료라고 홍보하고, 퀼트를 하는 아이 엄마들이 모인다.

네 명의 초보 엄마들이 퀼트 모임을 하면서 작은 사회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 모습을 보는 연재의 눈에는 뒷담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을 공짜로 빌린 이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서비스로 준 빵에 돈을 지급한다.

감격스러운 첫 매출이자 소풍의 작은 시작이다.


두 아들을 둔 엄마가 왜 홀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났을까?

카페도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연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런 호기심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풀려나온다.

그리고 스스로 찾아와 알바를 요청한 현의 등장으로 소풍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사업하는 연재에게 현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소풍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날 김밥과 사이다라는 명찰도 만들어온다.

현의 아이디어와 홍보가 소풍의 매출을 높이고, 공간 활용도 더 많고 다양해진다.

현이 기획한 행사가 열리는 날 현은 연락도 받지 않고 잠적한다.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알바생의 일탈이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현의 사연은 학창 시절 사귄 여자 친구 희수의 자살에서 비롯한 조울증이다.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데 희수의 자살에 대한 비난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이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비난한다.

현에 대한 비난을 보면서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 아니 불과 몇 년 전에도 나의 입은 이런 말들을 전달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성보다 감정, 사실보다는 소문에 더 마음이 빼앗겼다.

한 학생의 자살, 이 자살로 인한 현의 조울증은 선생님의 삶도 뒤흔들었다.

이후 이런 사연들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현의 노력과 소풍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현학적인 음악을 작곡하는 수찬, 목수로 일하면서 연재를 짝사랑하는 강훈.

현과 남매처럼 행동하는 요가 강사 제하, 처음 소풍을 찾아온 혜진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읽는 재미를 주고, 연재의 속마음이 현실의 우리를 일깨운다.

현과 함께하면서 생기는 사건이나 일 등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연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현실에 더 충실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가 왜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는지 알려주면서 소풍의 의미가 드러난다.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작은 연대와 위로 등은 자신들 속에 뭉쳐 있던 아픔을 토해내게 한다.

자기만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친구들 덕분이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힐링 소설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힐링보다는 아픔을, 이해를, 연대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관계를 맺는 두려움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하다가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 변한다.

이 변화는 이웃들의 위로와 작은 치유로 이어진다.

그냥 훑어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선택과 행동은 쉬운 것이 아니다.

불륜을 두고 벌어지는 서로 다른 입장은 또 어떤가!

괜찮아 너라서 괜찮아.”는 자신과 이웃들에 대한 주문이자 위로의 주문이다.

읽다 보면 울컥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독자마다 다른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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