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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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네 명이 부부를 주제로 한 미스터리 앤솔로지를 내었다.

사랑해서 결혼했을 것이란 현대의 가정은 현실의 벽 앞에 쉽게 무너진다.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 속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숨겨져 있다.

이해관계는 시간의 흐름 속에 조금씩 밖으로 드러난다.

삶의 힘겨움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자주 가족들에게 가장 날카롭고 거칠고 폭력적인 상황을 본다.

혈연 관계에서도 그런데 촌수가 없는 배후자라면 어떨까?

네 명의 낯익은 미스터리 작가들은 부부와 살인이란 소재를 잘 엮었다.


박소해의 <사마귀, 여자>는 불륜에 빠진 형사를 다룬다.

가정 폭력을 저지르던 남자가 아내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현장에서 낯선 여인이 형사 민우를 천천히 아래위로 훑는다.

증인의 말을 듣기 위해 옆집 채윤을 만나러 갔다가 그녀에게 매혹된다.

이 매혹은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를 속이는 불륜으로 이어진다.

그를 경찰로 인도한 선배가 경찰서 내부에서 자살하는 사고가 생긴다.

독자의 직감은 채윤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직 그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채윤의 강렬하고 도발적인 매혹에 빠진 그는 아내의 출산 이후에도 그녀를 찾는다.

그러다 발생한 사건 하나와 민우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둔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백미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마주한 두 부부의 식탁 장면이다.


김재희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는 인터넷 게시판 글로 시작한다.

한 여성이 병원을 다니면서 의사들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게시글이다.

워낙 많은 글들이 올라오지만 어느 병원인지를 암시하면서 인기 게시글이 된다.

이 글을 성형외과 의사와 결혼한 현경이 간호사들의 컴퓨터를 통해 읽는다.

남편은 한때 방송에 나와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 젊은 의사에게 조금 밀리고 있다.

남편의 불륜이 의심스러운 그녀는 고객 한 사람과 상황이 비슷한 것을 발견한다.

밖에서 둘이 만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알게 되는 진실은 그녀의 생각과 다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남편이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말해준다.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 부부, 부부관계와 대화가 사라진 생활 등이 교훈적으로 흘러나온다.

마지막 장에 등장한 의사의 선배들 모습은 앞의 무게를 가볍게 던져버리게 한다.


한수옥의 <설계된 죽음>은 앞부분에서 잠시 혼란을 겪었다.

저수지에 차가 빠졌고, 남편 재우는 나왔지만 아내는 익사했다.

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남편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신고한다.

남편의 주장과 달리 안전벨트는 쉽게 풀렸고, 블랙박스의 유심은 사라졌다.

신고한 119 구조대 팀장 김형석의 아내와 이 남편은 불륜 관계였다.

둘이 불륜을 저지르는 사이 집에만 있던 아이들은 화재 사고로 죽었다.

최이현 형사의 수사는 새롭게 흘러나오는 단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처음과 다른 가능성이 나온다.

지독한 복수심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힘은 조금 딸린다.


한새마의 <시소게임>은 모두 읽은 후 너무 거친 내용에 놀랐다.

장편 소설로 발전해야 할 이야기가 단순한 구성 단계의 연속으로 마무리된 느낌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국제 결혼을 하게 된 남녀.

이 남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혼녀, 국제결혼한 베트남 라이따이한의 한국 아버지.

각자의 사연을 충분히 풀어내지 않고 사건만 간단하게 그려낸다.

치밀한 구성과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다면 멋진 스릴러가 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작가는 장편을 단편으로 압축하고 요약한 것처럼 내버려두었다.

언젠가 이 단편을 장편으로 제대로 발전시킨 것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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