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윈 - 대체 가능
단요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란성 쌍둥이를 내세워 가족 스릴러를 만들었다.
제목에서 이미 ‘대체 가능’이란 단어를 넣어 서늘하게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쌍둥이들이 있다.
내가 양쪽을 다 아는 경우도 있지만 한쪽만 아는 경우도 있다.
작가는 일란성 쌍둥이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딸로 설정했다.
쌍둥이 형인 아빠 민형은 의대를 졸업 후 대외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쌍둥이 동생 민호는 사고를 쳤지만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민형의 두 딸은 한 명은 사수 후 치대 합격, 한 명의 5수 중이다.
민형의 가족들이 다함께 모인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 때문이다.
형의 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도박 중독으로 고생을 했고, 지금도 불안하다.
민형은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머니의 유산을 어떻게 나눌지 생각한다.
그의 머릿속은 바쁘게 과거의 이익을 따지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한다.
산책한다고 나갔던 쌍둥이 딸에게서 사고 전화가 한 통 온다.
두 딸 중 한 명이 추락사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는 치대 합격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추락한 딸 옆에 우연의 휴대폰이 있고, 죽었다는 것도 자신이 했다.
이 순간 그의 머릿속은 지연이 우연을 밀어 죽였다는 상상으로 치닫는다.
이 상상은 다른 상상력으로 바뀌면서 죽은 두 딸의 신원을 바꾸기로 한다.
5수 중인 지연이 낙담해서 자살한 것으로.
쌍둥이이기에 대체 가능한 이 계획은 아빠와 딸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우연이 이제 1학년이란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지문도 나중 문제다.
그리고 장례식은 간단하게 민형의 가족들만 참석하는 것으로 했다.
외가 쪽은 아내 채린의 죽음 이후 연락이 단절되었고, 할 마음도 없다.
이 간단하고 단촐한 장례식도 그에게 예정된 수술 때문에 늦게 참석한다.
보통의 부모라면 좌절하고 통곡할 일이지만 그는 자신의 이익 우선이다.
생각보다 빠른 수술 후 그의 숨겨져 있던 연인이 한 명 나온다.
결혼한 줄 모르고 같이 잤는데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지만 끝내지 않고 있다.
이 관계는 그의 새로운 모습과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의 장치 중 하나다.
딸과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는 곳에 도착한 것은 늦은 시각이다.
이곳에서 동생 민호가 딸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란다.
딸 지연이 말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은 구분하지 못하는 둘의 차이를 아는 것일까?
이 작은 일이 그의 가족들에게 있었던 거대한 비밀의 문을 열게 한다.
이 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불편하고 거부감을 느꼈던 것의 원인이다.
아내의 불륜과 두 딸이 자신이 진짜 딸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딸들의 일탈과 이 일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민호의 존재.
‘대체 가능’이란 단어는 이야기를 거대한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후 밝혀지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계산적이면서 대단히 감정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씁쓸하고 섬뜩하다.
작가는 앞부분에서 가족 간의 유산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이 현실은 이후 이야기 속에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하나씩 드러난다.
민형이 계속해서 보는 영화 <에어리언1>은 그가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민형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이기보다 오히려 현학적이다.
개인적으로 현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왠지 이 대화들은 집중하기 힘들다.
조카가 말하는 바들은 민형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부모들은 많이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 가능했던 일들이 그가 가족에 대한 애정을 더 깊게 품지 못하게 한다.
불안하고 불편한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들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