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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마음을 창밖으로 던졌다 - 오르고 걷고 뛰며 찾은 삶의 모양
오소정 지음 / nobook(노북) / 2025년 2월
평점 :
오르고 걷고 뛰었다는 말에 먼저 눈길이 갔다.
한때 잠시 오르기는 했고, 걷기도 했지만 뛰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
아주 잠깐 동안 산을 탄 것은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르면서 느낀 힘겨움 때문이다.
걷는 것은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짧은 거리를 무작정 걸은 것이 전부다.
뛰는 것은 학창 시절부터 못했던 것이라 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이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반성보다 더 많이 한 것은 부러움과 존경이다.
잠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꾸준함은 대단한 열정과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라톤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완주하는 부분은 더욱 그렇다.
저자가 처음 헬스장에 간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릴 때 숨을 덜 몰아쉬기 위해서다.
이 작은 한 발이 그녀를 달리고 오르고 걷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녀가 어떻게 달리고 오르고 걷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풀어놓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작은 발걸음이 그녀를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 말이다.
많은 것들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800킬로미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라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 중 하나도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때 나도 걷고 싶었던 길이다.
팟캐스트나 책을 통해 마주한 그 길은 힘들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
매일 자신의 짐과 함께 목적지까지 걸어야 하는 단순한 여행이다.
이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하고. 깨닫고, 감사한다.
저자는 그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기 보다 자신의 삶과 순례길을 비교하고 해석한다.
자신의 두꺼운 껍질을 깨트리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보게 했다.
순례길을 “걷는 독서”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의 삶을 읽고, 그 읽기를 통해 자신이 좀더 두터워졌다고 한다.
이 간단한 답이 오래 전 내가 짧은 여행으로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기안84가 힘들게 달린 42.195킬로의 마라톤 완주.
주변에 10킬로미터나 하프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은 있지만 완주자는 거의 없다.
잘못 달려 무릎이 나가고, 매일 연습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나처럼 장거리에 약한 사람들은 이렇게 달리는 사람들이 늘 부럽다.
한때 잠시나마 달리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잠시 달렸는데 족저근막염이 생겼다.
이런 부실한 체력과 몸 상태는 좋은 핑계가 되어 집구석에 콕 박히게 했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씩 거리를 늘여 결국 마라톤 완주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꾸준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누적된 거리가 그 열정을 잘 보여주고, 얼마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그리고 책 곳곳에 멋진 표현과 통찰력이 불쑥 튀어나온다.
잠시 멈추었던 작은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